[사람사람] 일본 염직예술 무형문화재 시무라씨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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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의 염직 작품들을 한국에서 처음 전시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기모노를 통해 일본의 문화와 정신을 전하고 싶어요. "

오는 14일 서울 남산동 초전섬유박물관(02-753-4075)에서 딸 요코여사와 함께 시무라 후쿠미.요코 모녀 염직전을 여는 시무라 후쿠미(76)씨는 일본의 염직 예술계를 대표하는 중요무형문화재다.

특히 풀과 꽃.식물의 열매 등 천연염료로 자연의 빛을 살려 일본의 선과 색의 아름다움을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한국의 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전 우연히 다카하시 이와오 전 게이오대 미학과 교수로부터 슈타이너의 '인지학(人智學)' 중 색채론을 배우게 되면서부터다.

"서른 넘어 염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는 그는 염색의 이론적 배경이 궁금해 일단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염색이 단순히 옷에 색을 물들이는 것보다는 '자연을 입히는 과정' 이라는 메시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가까운 한국의 염색이 일본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그동안 5~6차례 방한, 한국어와 동학 등 한국문화를 연구했다.

이번 내한기간엔 대를 이어 염색을 하고 있는 딸 요코여사.손녀 유코와 함께 안동과 부암 내소사.전주박물관 등을 돌며 한국 지방의 염직물을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 '기모노' 가 한국사회에선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동안 한국 전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면서 "남은 여생을 양국의 염직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다" 고 말했다.

글.사진〓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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