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현충일 호국용사에 꽃 한송이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부 386세대 국회의원들과 당선자들이 5월 17일 광주에서 질펀한 술판을 벌였다고 시중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왜 그럴까. 두말 할 것도 없이 5.18 영령들을 모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현충일을 무슨 가족나들이 가는 날쯤으로 착각하고 고속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행락객도 6.25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혼들을 모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5월 8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러시아에 항복한 날이다. 러시아는 이날을 전승기념일로 정하고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을 추모한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듣는 사람의 표정은 존경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날에 맞춰 수많은 젊은이들이 승리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무명용사의 탑에 한송이 꽃을 바친다.

현재 러시아의 형편이 어렵다고 하지만 호국용사들에게 한송이 꽃을 바치는 마음이 살아있는 한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 이 시간에도 월남과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수십년 전의 그 뼛조각을 찾아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 조국이 결코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 국가가 위난에 처하면 언제라도 나서겠다는 젊은이들을 키우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렇듯 강한 나라, 강한 국민들은 정신적 가치나 자산을 역사의 교훈에서 찾아 국민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그런지 참전용사들을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살아있기는 하나 차라리 죽은 것만 못한 홀대에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노병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라를 지킨 선배들이 모멸감에 그들 스스로 부끄러운 세월을 살았다고 통곡하지 않도록 그동안 쌓인 한과 원을 풀어드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호국용사에게 꽃 한송이 바칠 수 있는 그런 6월과 현충일부터 만들었으면 한다.

이선홍<재향군인회 홍보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