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독자에게 답합니다] 노숙인 대안 ‘길보둠이’‘가무인’… 의견 적극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법제처에서 법률안 심사를 맡고 있는 저는 12월 9일자 중앙일보 16면 ‘독자에게 묻습니다’ 코너를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린 바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마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질문이었는데요. ‘부랑인’과 ‘노숙인’이란 법률용어를 ‘홈리스(Homeless)’로 바꾸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또 두 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용어로 어떤 것이 있을지 제안을 부탁드렸습니다.

먼저 중앙일보의 많은 독자가 의견을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겨울 거리를 떠도는 소외계층에 대한 소중한 관심을 보여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대생인 류원용씨는 일정한 주거가 없다는 점에서 ‘무주거자’를 추천했습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거리민’ ‘가무인(家無人·집이 없는 사람)’ ‘고민자(苦民子·괴로운 백성)’를 제안한 분도 있었습니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익명의 한 독자는 거리에 방치돼 있어 사회가 돌봐야 할 사람이라는 뜻으로 ‘길보둠이’를 추천했습니다. 조수진씨는 한글단체가 추천한 ‘한둔인’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수 있고 어감도 좋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최병조씨는 노숙인은 그대로 사용하고 부랑인만 ‘새삶인’이라는 용어로 바꾸자는 대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용어 변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숙인과 부랑인을 사회가 보호하는 방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김규홍씨는 “최근 신조어가 넘쳐 나고 있어 용어 사용이 혼란스럽다”며 “차라리 용어 변경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한은주씨도 “홈리스란 말을 외국에서 쓰면 어차피 그 부정적인 의미가 그대로 있는 말인데, 말만 영어로 바꾼다고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역시 부랑인과 노숙인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랑인과 노숙인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배려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합한 용어를 찾는 노력을 정부와 사회 모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제처는 ‘홈리스’라는 외국어 사용은 피하는 게 알기 쉬운 우리 말을 법률용어로 사용한다는 원칙에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독자들께서 제시한 의견을 검토한 뒤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를 거쳐 법률 개정안에 대한 심사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임송학 법제처 법제심의관

▶‘부랑인’ ‘노숙인’ 명칭 ‘홈리스’ 로 바꾸려는데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