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체 분양일정 미뤄 주민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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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언론을 통해 발표된 아파트 분양일자를 한달이나 넘겼는데도 소식이 없어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한 약속을 이렇게 어겨도 되는겁니까. "

주부 김영이(35.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집 인근의 새 아파트 분양신청 날짜를 기다리다 분통을 터뜨렸다.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분양가.마감재 선택 등을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느라 약속했던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우방은 수성구 만촌동 '우방메트로팔레스' (3천2백40가구)의 분양일을 31일로 정했다.

당초 4월 초쯤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두달 가까이 늦춘 것이다. 더이상 미루기가 어려워 평당 분양가도 처음보다 수십만원씩 낮추고, 42평형 이상의 경우 내부 장식용 원목의 색상을 고객 선택에 맡기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청구와 화성산업의 경우 이달초 분양 계획을 미루다 결국 '다음달 중' 으로 넘겼다.

부도 이후 첫 분양을 하는 청구는 '앞산청구제네스' (4백14가구)에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화성산업도 북구 칠곡택지지구의 '화성그리넷' (1천4백50가구)아파트 분양을 놓고 '장고(長考)' 중이다.

가구수가 적지 않아 성급하게 나섰다가 분양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적잖은 상처를 입을 우려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요즈음 "아파트 위치가 달라 별 관계가 없다" 면서도 경쟁업체의 건축자재와 배치도.분양가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당초 분양 예정일을 한달 가까이 넘긴 청구도 "분양시기.가격 모두 아직 결정한게 없다" 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발표한 내용보다 가격이나 품질을 약간만 차별화해도 분양경쟁률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며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났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업체들간 눈치작전은 피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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