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발레단 탐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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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23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시엔우(宣武)구 타이핑루(太平路)에 위치한 중국중앙발레단 건물에 들어서자 지난해 발레단 창단 40주년을 축하하는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축하메시지 대형액자가 방문객을 맞는다. 중국정부의 발레단에 대한 애정을 반증하는 듯 하다.

국립 중국중앙발레단(단장 자오루헹)은 중국을 대표하는 발레단.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공연한 적이 없지만 기량과 수준이 국립발레단에 비해 한 수 위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중앙발레단 출신 무용수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대회에서 입상도 많이 하고 있죠. 전문화된 교육과정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징 공연차 중국에 와 중앙발레단을 찾은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의 부러움 섞인 말이다.

주역무용수들은 벌써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연습한다.

연습장면을 보던 국립발레단원들은 탄성을 지른다. 완벽한 회전 동작, 아라베스크 때문이다.

무용수들은 대부분 국립 발레 아카데미인 베이징 발레 아카데미 출신. 9~11세에 입학해 7~9년 정도의 전문 과정을 거쳐 입단한다.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22~23세.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입단하는 우리보다 4~5세 가량 젊다.

중앙발레단은 규모도 수준급이다. 무용수만 70명인데다 60명 규모의 전속 국립 발레 심포니 오

케스트라도 있다.

중국발레 수준을 끌어올린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러시아. 세계 최정상 무용수며 안무가였던 안톤 돌린.루돌프 누레예프.리체트 달손발 등이 이들에게 클래식 발레를 가르쳤다.

특히 누레예프는 85년 중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무료로 단원들을 지도했다. 당시 중앙발레단은 주역무용수만 열세명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해외 공연도 활발하다. 중앙발레단은 1961년부터 해외 공연을 추진해 이미 런던.모스크바.베를린.워싱턴.뉴욕.도쿄 등 세계 1백5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자오루헹 단장은 "내년에는 유럽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고 밝혔다.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는 '백조의 호수' 와 '홍스어랑쯔쥔(紅色娘子軍)' . '홍스어랑쯔쥔' 은 중국 해남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현대물로, 모두 여자로 이뤄진 민간군의 이야기라 무용수들이 군복차림으로 등장한다.

그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는 '백조의 호수' 와 '홍스어랑쯔쥔(紅色娘子軍)' . 1964년 초연한 '홍스어랑쯔쥔' 은 중국 해남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현대물로, 모두 여자로 조직된 민간군의 이야기여서 무용수들이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자오루헹 단장은 "러시아의 키로프 발레를 기본으로 하면서 프랑스.네덜란드 등 외국 여러 나라의 다양한 유파를 받아들이고 있다" 고 말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뒤따른다. 장쩌민 주석.찡마오 국무위원.홍콩의 부호 이가성 등 많은 인사들이 이 발레단의 팬. 이들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중앙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바르나.모스크바.잭슨 미시시피.파리.도쿄 등 여러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고민이 없지 않다.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자오루헹 단장은 "해외에 계속 머물고자 하는 좋은 단원들을 잡을 수 없다" 며 "국내의 젊은 30대 안무가를 배양하는 것과 해외 유학파를 돌아오게 해 그 둘의 저력을 합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 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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