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해외펀드 투자 지역 어떻게 고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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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제 싼 것보다는 좋은 걸 찾을 때다.” 내년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에게 해외펀드 전문가들이 주는 공통된 조언이다. 올 초만 해도 주가가 많이 빠진, 즉 싼 지역의 펀드를 고르는 게 현명한 투자법이었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빠진 자원부국과 수출주도형 국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의 수익률은 하락폭이 컸던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올해 수익률 100%가 넘는 러시아나 브라질펀드가 그렇다.

하지만 이제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 ‘지나치게 싼’ 나라를 찾기 어렵다. 지금부터는 어느 쪽이 더 수익을 많이 내느냐가 관건이다. 경기회복이 빠르면서 돌발 악재에도 충격이 덜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꼽는 유망 지역 1순위는 역시 중국이다. 정부의 부양정책 덕에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소비시장이 내년에도 중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회복의 걸림돌이었던 수출경기도 내년엔 성장세가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도 외국인 투자자에겐 유리한 점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출구전략으로 증시에 충격이 올 수 있지만, 이 조정을 틈타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홍콩 H주보다는 위안화 절상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본토 A주펀드가 낫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다음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나라는 브라질이다. 대표적인 자원부국이면서 견고한 내수시장까지 겸비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월드컵(2014년)·올림픽(2016년) 유치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도 예상된다.

러시아는 평가가 엇갈린다. 유가가 오를 땐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나라긴 하지만 경제성장률만 보면 브릭스 4개국 중 가장 처진다. 나랏빚이 많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하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브라질이 삼성전자라면 러시아는 하이닉스”라며 “브라질이 삼성전자처럼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경기가 살아날 땐 하이닉스나 러시아의 상승률이 더 좋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국내와 중국펀드에 이미 들어간 투자자라면 분산투자 효과 면에서는 브라질보다 러시아펀드가 낫기도 하다.

인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은 뒤 오르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전망이 많았다. 올여름 극심한 가뭄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긴축정책으로 증시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두고본 다음 투자를 결정하라는 전문가가 많다.

내년에도 선진국에 대한 기대치는 이머징국가보다 낮다. 이 중 일본은 다른 국가와 달리 주가가 매우 싼 편인데도 투자매력은 더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엔화 강세가 주요 업종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선진국 중엔 미국보다 유럽이 낫다고 봤다. 이 회사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그리스발 악재가 있긴 하지만 독일·프랑스 등 핵심 국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를 끌고 가는 미국에 비해 유럽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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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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