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제인들의 '우리 풍속' 잇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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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경제인들의 '한국전통 따르기' 가 요즘 주한 외국기업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8년 부임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벵트오케 비예르네릅 고객지원 부사장은 최근 서울한남동 UN빌리지 사택에서 환갑 잔치를 치뤘다.

그는 이 날 스웨덴에 있는 가족과 회사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인과 함께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한국식으로 '잔치' 를 벌였다.

비레르네릅 부사장은 대부분의 공식 행사에 한복 차림으로 나타날 정도로 한복 예찬론자이다.

이달 초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있었던 처제의 결혼식에도 그는 한복을 입고 참석해 스웨덴 하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최근 미국 본사의 주요 부서를 한국 창원 공장으로 이전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클라크 머터리얼핸들링아시아의 캐빈 리어든 사장은 최근 한국인 신부를 맞으면서 '순 한국식' 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측은 예단을 넣은 함을 신부 측에 전달했고, 결혼식 때 신랑은 사모관대, 신부는 원삼 족두리를 차려 입었다. 또 폐백도 올렸다.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한국식' 도 잇따르고 있다.

코카콜라보틀링은 지난해 10월 여주공장 준공식 행사에서 개빈 페이튼 사장이 돼지머리 앞에 술잔을 바치고, 절을 올린 뒤 축문을 태우는 등 한국식으로 고사를 지냈다.

볼보건설코리아도 지난해 경남 창원 인근 장복산에서 전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사 발전을 위한 기원제에서 안토니 헬샴 사장이 한복 차림으로 큰 절을 올리는 등 제주(祭主)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았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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