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아기공룡 발자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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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오탁번(1943~ ) '아기공룡 발자국' 부분

(전략)
아기공룡이 뛰놀던 바닷가
공룡 발자국 선명한 퇴적암 위에 서서
1억년 전의 파도소리
듣는다
아아 제천에서 원주까지
천등산에서 치악산까지
나는 무슨 꿈 꾸며 걸어다녔을까
청량리 역에서 첫걸음 내디딘
서울살이의 내 발자국은
지금 어디쯤에서
비바람에 지워지고 있을까
다가올 내 운명
가늠도 못하면서
아기공룡 발자국 화석 위에
내 작은 발자국 놓아본다.



경남 고성군 바닷가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보고 와서 쓴 시다. 1억년 전 공룡 발자국과 오늘 인간이 찍는 발자국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험난한 세월을 걸어온 시인이 그 아기공룡 발자국에 자기의 운명을 생각하며 발자국을 포개어 보는 애틋한 정이 눈물겹도록 따뜻한 울림을 준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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