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시동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사청문회는 16대 국회의 새로운 실험이다. 이는 '공직자 검증 메커니즘' 의 완결판이다. 국회가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한 축이 된 정치환경이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서리를 청문회장으로 불러내게 했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했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평가다. 고위직 인사관리는 대통령 권한의 핵심이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는 "대통령의 권력행사에 일정한 제한이 가해질 것" 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충성심을 우선했던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보다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을 요청한 사람이 청문회 시험에서 떨어지면 대통령의 권위가 훼손되기 때문. 인사청문회에선 아니지만 1988년 정기승(鄭起勝)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노태우 정권은 임기 초반부터 국정혼선을 자초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고위직 후보에 대한 사전검증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이 흠 없는 인사를 구하기 위해 '인재(人材)풀' 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 도입한 인사청문회의 대상은 23명. 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감사원장과 대법관(13명), 국회에서 뽑는 헌법재판관 3명과 중앙선관위원 3명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한동 총리서리에 이어 올해에 임기가 끝나는 김용준(金容俊.9월)헌법재판소장, 대법관 6명, 헌법재판관 2명의 후임자를 청문회에 보내야한다.

인사청문회의 등장은 관료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고위 공직자의 재산.납세.병역뿐 아니라 업무평가.발언.사생활은 추적대상이다.

특히 정책관리의 일관성.행태.말바꾸기 문제 등을 면밀히 따져볼 수 있다. 이는 '관료문화' 에 신선한 충격을 던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신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회동의를 받은 공직자는 과거보다 더 많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청문회 정치' 에 대한 걱정도 있다. 업무수행 능력.자질.도덕성 등 결격사유를 걸러내는 취지에서 벗어나 인신공격과 사생활 폭로 쪽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다.

咸교수는 "여야가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치문화를 한단계 높이고 권력균형을 위한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