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유를 위하여' 희망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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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뉴 아시아 현악4중주단. 김태성 기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리던 20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1층 로비. 어디선가 엘가의'사랑의 인사'가 흘렀다. '뉴 아시아 현악 4중주단'이 12월 말까지 전국 16개 도시의 16개 병원을 찾아가는 방문 콘서트의 첫 무대였다.

2년 전 모기업의 후원이 중단되면서 해체된 '금호 4중주단'이 '뉴 아시아'로 간판을 바꾸고 몸이 불편해 음악회에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선율을 들려주기로 한 것.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가면서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등 귀에 익은 소품을 들려줬다. 이화여대 음악치료 클리닉 정현주.김동민 교수가 환자들을 위해 엄선한 레퍼토리다. 본 공연에 앞서 김수연(예과 2년).강창영(예과 2년).이익재(본과 1년).송라영(예과 2년) 등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현악 4중주로 영화음악 '냉정과 열정 사이'를 연주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환자복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눈을 감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입원 후 2주째 산소호흡기를 달고 내과 치료를 받고 있는 장영순(55)씨는 "외롭고 지친 투병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의명(제1바이올린.한양대 교수).김경아(제2 바이올린).김상진(비올라.숙명여대 교수).송영훈(첼로) 등 4명의 단원이 병원에서 재창단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온실'에서 활동해왔다는 반성에서다.

김의명씨는 "음악을 통한 사회 봉사로 소외 계층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예진흥원 후원으로 성사된 이들의 병원 방문 콘서트는 21일 청주 충북대병원, 23일 인천 인하대병원, 24일 춘천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어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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