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한·중·일 인터넷 댓글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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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유학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올 10월31일 현재 8만3480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77%인 6만4300명이 중국인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인 유학생하면 지난 2008년 4월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올림픽 성화봉송 소란을 연상한다. 중국인 유학생의 주류는 한자녀 정책으로 인해 ‘소황제’로 자란 뒤 국가의 애국주의 교육 세례를 받은 신세대다. 문혁을 경험한 세대가 다스리는 ‘현재의 중국’과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미래의 중국’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웃국가로서 이들 중국 젊은이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문화협회가 지난 10월 한국 갤럽에 의뢰해 국내 중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생활 애로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가 보도(12월11일자 중앙일보 10면)되자 40여만 네티즌들이 기사를 클릭하면서 뜨거운 반을을 보였다. 댓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12일 정오 기준 62건).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일본어 사이트에 같은 기사가 실리자 중국, 일본 네티즌들의 댓글도 쇄도했다(중국어 85건, 일본어 54건). 댓글 숫자로 보아도 중국, 한국, 일본 순, 기사 클릭 대비 댓글 비율로 치면 단연 중국이 수위다. 그만큼 네티즌들이 액티브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살펴봤다.
한국 네티즌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비교적 균형을 이룬 토론과 논쟁을 펼쳤다. 유학생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그동안의 태도를 되돌아 보고 고칠 것은 고치자는 의견과, 중국인 유학생들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의견이 맞붙었다.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서양사람들에게는 친절을 아끼지 안으며 중국이나 일본인에게는 지금은 좀 살만하다고 백안시 한다. 지리적으로 한국은 중국, 일본과 선린을 우선하지 안으면 유사시 낭패를 당할 수 있다.”(조영일)
“그 나라에 유학온 외국학생은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여러가지 장학재단을 만들어 외국의 우수학생들을 자기나라로 유학오게하는 것은 미래의 친미파를 만드는데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도 될수있는데로 많은 외국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유학 오도록 따뜻한 배려를 해주어야한다. 특히 한글 공부를 하도록 지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있는 도움으로 본다.”(석정래)
“중국학생 뿐만아니라 동남아 학생들도 잘 해줘야 한다. 그들은 지금 겉보기에는 어수룩하고 돈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한국에 유학을 온 고마운 우리들의 손님이다. 왜 부자나라에서 온 학생만 대접해주는가? 동남아 학생들을 키워 우리나라와 그 나라에서 큰 재목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이경석)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에 유학하고 있다면 한국말은 기본이지요. 여기에 어떤 이유도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미국 유학가서 영어 비용이 비싸다고 할 건가요? 미국 보험료 무지 비쌉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은 보험 가입이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에, 안들 수 없지요.”(김주엽)
중국인들의 댓글은 원색적인 것이 주류였다. “유학생 상당부분은 중국 조선족 동포일 것”, “80% 유학생은 조선족”이라는 댓글이 먼저 올라왔다. 이는 사실과 다른 오해다. 현재 국내 중국인 유학생의 절대 다수는 한족이다. 중국내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의 숫자는 이미 조선족을 압도한다.
“한국의 위정자들이 진실로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를 이해하려면 인터넷 여론을 살펴야 한다. 비록 많은 댓글들이 과격하지만 깊이 생각할 부분도 많다. 특히 중국 인터넷에 한국에 대해 혐오하는 글이 많다.”
“한국 고찰단으로 철강, 조선, 기계, 화공, 전기, 자동차 등 제조업을 살피고 돌아온 중국 기업가들의 한국 감상문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은 애석하게도 한국에 다녀온 뒤 반한, 혐한 인사가 됐다. 그 이유는 이렇다. ▶입국시 출입국관리원들이 중국인들에게 손가락질하고 멸시하는 등 중국인들을 존중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태도는 친일혐중이다. 관광지에서 중국인들이 가격을 흥정하면 악담이 쏟아지지만 일본인은 미소로 대한다. ▶한국에는 정말 먹거리가 없다. 김치밖에 없다. 농산품 가격은 비싸고 육류는 사치품이다. 한국 고찰단의 일정은 고행의 여행이었다. ▶한국의 기반시설 격차가 너무 크다. 서울이 그나마 낫지만 베이징, 상하이만 못하다. ▶제주도 역시 하이난다오(海南島)만 못하다.”
신랄한 비판 일색이다. 무책임한 비난이 많지만 겸허히 들어야 할 부분 역시 적지않다.
일본인들의 댓글 역시 한국 비판 일색이다.
“한국문화의 특징은 중국을 사대하고, 일본을 반대하고 업신여기며, 화이질서를좋아하며, 스스로 대단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존타비(自尊他卑, 남존여비와 같이 자신을 높이고 타인을 얕보는 것)’ 의식이 강하다. 한국 매체들은 반일, 혐일 일색이고 대중, 대미, 전인류에 대해선 물론이고 동포나 이웃에게 반감, 혐오감 일색이다. 이 기사는 그 증거다.”
“한국 유학생은 전원이 반한이다. 흑인차별, 중국인 멸시, 반일교육, 미국산 쇠고기 반대 데모 등. 타국 원수 인형을 광장에서 불태우면서 친한파가 어떻게 늘 수 있겠는가?”
이상 한국을 보는 한중일 네티즌들의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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