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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창덕궁은 일류의 인류 유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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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중국 문화유산관리의 "대부"로 통하는 뤄저원 부주석은 팔순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질문에 답했다.

"문화유산이란 단순히 자산이라기보다는 그 민족, 그 국가의 혼입니다. 영속적으로 보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것은 조상에 대한 불경 차원을 떠나 자신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중국위원회 뤄저원(羅哲文.81) 부주석의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현대 중국 문화재 관리의 산증인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1940년 중국내 유일한 고건축 조사.연구 학술단체이던 중국영조학사에 들어가 저명한 건축학자인 양스청(梁思成).류둔전(劉敦楨) 등을 사사했다. 최근까지 국가문물국 고건축전문가조장, 중국문물학회 회장, 전국역사문화명성보호전문가위원회 부주임, 중국장성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세계유산이 있다. 추가 지정을 추진 중인데 도움말을 준다면.

"우선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요건들을 갖추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보편성과 함께 그 유산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 한꺼번에 밀어붙이기 보다는 요건들 중 한가지씩 설득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지정 후 문제는 없나.

"이화원(베이징 교외에 있는 중국 최대의 황실정원) 주변의 환경변화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정부가 즉시 개선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한국에서도 문화재 보호와 관람객 편의 문제가 부딪치고 있다.

"시민들은 문화유산을 향유할 권리가 있으니 일정한 편의시설은 어쩔 수 없다. 조화가 문제인데, 화장실을 지을 경우 유럽에선 유산의 본모습을 살리기 위해 현대화된 양식을 따르지만 우리는 가급적 주위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도록 한다."

-유산관리와 보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전체 중 일부만 남아 있을 경우 원래대로 복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때가 가장 어렵다."

-중국의 문화유산 관리에 몇 점을 주겠나.

"적어도 미국보단 낫다. 얼마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다녀왔는데 엉망이더라. 유네스코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은 걸로 안다."

-한국은.

"중.한 수교 전부터 지금까지 4번 방한했다. 비교적 문화유산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불국사와 창덕궁은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베이징=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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