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화 바꾸기' 외면하는 동사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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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부 崔모(36.서울 구로구 고척2동)씨는 최근 전입신고를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용변이 급한 딸(4)을 데리고 민원실 곁의 화장실로 뛰어갔지만 남자용 소변기와 남녀공용 양변기가 각각 한개 밖에 없었고 그나마 양변기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崔씨는 "발을 동동 구르던 딸이 결국 실수를 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적으로 화장실 개선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일선 동사무소의 화장실 서비스가 엉망이다. 방문객 수에 비해 화장실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남녀 구분조차 안돼 주민들의 큰 불편을 겪고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동사무소 5백12곳 중 72곳이 화장실에 남녀 구분 표시를 하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72개 동사무소 대부분은 2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 소변기와 양변기를 각각 1개씩만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 미구분 화장실은 성북구내 동사무소가 11곳으로 가장 많고 ▶구로구 9곳 ▶영등포.용산구 각각 6곳 ▶서대문구 5곳 순 이었다.

민원인이 하루 평균 4백여명인 고척2동과 3백여명인 종암1동 동사무소의 경우 1, 2층에 소변기와 양변기가 1개씩이어서 늘 북새통을 이룬다.

구로4동.성북구 장위1동 동사무소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직원들도 불만이다. 고척2동 사무소 여직원은 "용변을 볼 때 남자들이 들어오면 숨을 죽이곤 한다" 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동사무소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개.보수를 소홀히 하는 등 화장실 서비스에 대해 무관심해 빚어지고 있다.

종암1동 사무소 관계자는 "건물이 낡아 화장실 확충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 며 "임시로 1층은 여자용, 2층은 남자용으로 사용토록 하겠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5개 구청에 오는 8월까지 동사무소의 화장실 개선 계획을 수립해 내년 예산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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