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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블레어 '절반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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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6일 영국 트림든에서 아내 셰리 블레어와 총리 3선을 축하하며 껴안고 있다. [트림든 AP=연합]

5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이 승리했다. 노동당은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해 1997, 2001년에 이어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이로써 토니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 출신으로는 처음 3연임 기록을 세웠다. 이는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버금가는 대기록이다. 대처는 79년 집권해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90년 당내 반란으로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그래도 11년6개월의 연속 재임 기록을 남겼다. 블레어 총리가 이번 임기를 채우면 대처의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깰 수 있다. 제1 야당인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 당수는 6일"당이 정비되는 대로 당수직을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집권당 의석 급감=전체 646석 중 627석이 확정된 6일 오후 11시40분(한국시간) 현재 노동당은 355석을 확보했다. 보수당은 197석, 자유민주당은 62석, 기타 13석이었다.

노동당의 지지율과 의석수는 지난 총선에 비해 떨어졌다. 지지율은 40.7%에서 37%로 낮아졌고, 의석수는 413석에서 50여 석이나 줄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보수당은 지지율이 2% 오르고 의석수도 30여 석 늘었다. 제2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지지율이 4% 올랐으나 의석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보수당이 반전 여론의 덕을 독점한 셈이다.

블레어 총리는 6일 버킹엄궁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찾아가 총선 결과를 보고하고 새로운 내각 구성의 명을 받아 조각에 들어갔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과 잭 스트로 외무장관 등 주요 각료는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 블레어 집권 3기 진통 예상=의석수가 준 탓에 블레어 총리의 세번째 임기는 진통을 겪을 공산이 커졌다. 압승했던 1기.2기에 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도 쉽지 않아졌다. 유럽헌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내년 상반기 실시 예정)와 같은 주요 사안에서 패배할 경우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블레어 총리는 총선 유세를 통해 "브라운 장관은 좋은 총리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후임을 지명했다. 브라운 장관은 블레어 총리와 함께 노동당 개혁을 이끌어온 당내 2인자다. 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줄곧 재무장관을 맡아 영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당내외 지지 기반도 탄탄하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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