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자금 대출때 출자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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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읍시 북면에서 농사를 짓는 金모(60.여)씨는 지난달 농협에 영농자금 1백만원 대출을 신청, 출자금 명목으로 10만원을 떼이고 90만원만 받았다.

金씨는 "씨앗.비료 값 등으로 한푼이 아쉬운 때지만 직원들이 자꾸만 출자를 요청, 어쩔 수 없이 10만원을 냈다" 며 "농협직원들에게 밉보이면 다시는 대출을 받지 못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부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지역 군소 농협들이 농사철을 앞두고 농민들에게 빌려주는 소액 영농자금까지 일부를 자본금으로 출자토록 해 말썽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새 통합농협법이 통과되면서 2년내에 자본금 3억원 미만의 단위농협은 통폐합되게 되자 통폐합을 피하려는 영세 농협들이 출자금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영농비나 학자금 등을 농협에서 계속 돈을 빌려 쓸 수밖에 없는 농민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꺾기' 를 당하고 있다.

정읍시 북면 權모(50)씨는 지난달 중순 영농자금 4백여만원을 대출받은 뒤 직원들의 권유로 15만坪?출자금으로 내놨다.

고창군 성내면 이모(45)씨 역시 대출금 1백만원을 신청했다 10만원을 떼이고 90만원만 통장으로 입금 받았다.

일부 농협 직원들은 마을회관 등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영농자금을 출자토록 요구하고 동의표시로 도장을 찍도록 하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나오는 농자재 무상지원비를 신규출자를 하는 농민들에게만 배분해주고 있다.

농민 金모(47.정읍시 북면)씨는 "영농자금은 이자가 싼 대신 소액이라 빠듯한데도 농협에서 반강제적인 출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며 " 특히 적자 운영으로 지난해 배당을 한푼도 못한 곳에 누가 출자하고 싶겠느냐" 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올 들어 영세한 농협들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출자금을 받았지만 권유에 의한 것이었지 결코 강요한 적은 없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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