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입체 진단] 경제팀 정책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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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방법과 규모 등을 놓고 몇달째 오락가락한 점이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 장관은 "공적자금의 조성을 위해 국회동의를 받지 않고 기존 자금을 회수해 쓰겠다" 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박태준(朴泰俊)전 국무총리나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은 "필요하다면 국회동의를 받아서라도 공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말 투신사에 3조원의 공적자금을 넣을 때도 "이 정도면 된다" 고 했지만, 결국 5조원을 더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2단계 금융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은행합병에 대해서도 정부는 "시장자율에 맡기겠다" 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수지문제도 정부는 1백20억달러의 무역흑자 목표를 고집하며 에너지 절약과 해외시장 개척 등 아날로그형 대책만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정책혼선의 원인이 경제팀의 리더십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팀 구성원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은 국가채무 논쟁에 대한 대응 등을 놓고 경제팀 수장인 이헌재 재경부 장관을 잇따라 질책하고 있다.

李장관과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장을 비롯한 중경회 그룹 등이 뒤엉킨 '불화설' 도 끊임없이 나돈다. 그러나 공적자금 국회동의 등 주요 현안들은 성격상 주무장관이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부총리제 시행에 앞서 개각이나 재신임을 통해 재경부 장관의 리더십을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고 지적한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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