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집단손배소 피해실태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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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8일 경기도 용인 주민들이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를 통해 낸 첫 '마구잡이 개발 손해배상 청구소송' 은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개발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또 도시계획 결정 과정에 시민의견 반영 확대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경기도 용인에 이어 수도권 다른 지역 주민들도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도시를 왜곡시키는 마구잡이 개발 문제에 대한 대규모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 실태〓18일 소송을 낸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 L아파트 주민들은 교육.환경.교통 등 생활편의 시설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주민 박경여(朴慶女.43.여)씨의 초등학생 딸은 구성초등학교에 가려면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버스를 타지만 이마저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아파트 105동 주민들은 "여름이 두렵다" 고 하소연한다.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 뒤에 높이 7~12m의 옹벽이 있어 바람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옹벽과 아파트 거리는 겨우 1m 정도로 산사태 걱정도 크다.

한경옥(韓慶玉.33.여)씨는 "돈벌이에 급급한 건설업자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용인시와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고 주장했다.

특히 이 지역은 체계적인 종합계획 없이 소규모 아파트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다 보니 공용 하수처리시설조차 없다.

◇ 전망〓녹색연합은 앞으로 2개월 간격으로 고양시(일산)와 의정부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어 대기오염과 도시환경 파괴가 빚어낸 서울시민의 경제적 손실을 서울시가 배상하라는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고양시 초고층아파트 건설반대 범시민 대책위 유왕선(劉旺宣)위원장은 "정부가 눈앞의 이익만을 겨냥, 단기적인 도시계획만을 세우고 있다" 며 "고양시가 자족기능을 확충하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용한다면 소송이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임강원(林岡源)교수는 "1차적으로는 지자체에 마구잡이 개발의 책임이 있으나 법 제정과 감독권을 가진 건설교통부 등 중앙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소송 변호를 맡은 여운철(呂運哲)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경기북부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많은 마구잡이 개발을 예방하는 의미도 있다" 고 밝혔다.

◇ 외국 사례〓미국은 집단소송(Class Action)과 시민소송(Citizen Suit) 등의 제도를 통해 정부나 자치단체의 과실로 다수 시민이 피해를 봤을 경우 몇 명이 대표소송을 내면 나머지 피해자도 같은 보상을 받게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도 국도변 주택가나 군 기지 주변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정부의 시정조치와 배상을 받아냈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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