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일, IT산업 흔들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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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소리 전쟁'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음악 산업이 무너지면 IT 산업도 저절로 무너집니다."

최근 불법 파일 교환에 대한 네티즌 의식을 조사한 KAIST테크노대학원 DB연구실 문송천(52.사진) 교수는 불법복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전산학과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이론을 가르치면 '그걸 배워서 어디다 쓰나. 차라리 마케팅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항의를 듣습니다."

문 교수는 우리 나라 전산학 박사 1호. 지난 30년간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를 연구해온 권위자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봐야 불법복제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미국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한데 젊은 인재들의 개발 의욕마저 꺾이고 있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우리보다 인터넷 보급률이 떨어지는 이탈리아도 파일 교환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정보화 부작용 해소 노력은 이탈리아만도 못한데 어떻게 인터넷 강국입니까."

그는 정부와 의회가 시급히 법률을 만들어 생산자.소비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파일 공유 금지법.디지털 저작물 보호법.스팸 메일 방지법을 제정해 음악.영화 등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보호해야합니다."

문 교수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는 않았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가 희망을 걸 곳은 소프트웨어뿐입니다. 콘텐츠 유통 문화를 제대로 정립시키면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도 눈에 띄게 성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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