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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운 중년들, 목욕후 꼭 보습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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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겨울철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울 땐 긁지 말고 연고와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중앙포토]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공기가 건조해서 모든 사물들이 습기를 공기 중에 빼앗겨 마르게 된다. 우리의 피부도 마찬가지로 건조해 진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마른 땅이 갈라지듯 피부에 균열이 생기고 갈라진 틈 사이로 진피가 노출돼 염증이 생긴다. 또 자극을 받은 부위에 혈관이 확장돼 붉은 반점이 발생하며 확장된 혈관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 등의 내분비 물질들에 의해 피부염을 유발하게 된다. 일반적인 다른 피부염과는 다르게 건성 습진(피부 건조증으로 발생하는 피부염)은 긁어도 가려움증이 사라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긁는 자극으로 피부에 균열이 더 생겨 오히려 더 가려워지게 된다.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면 혈관은 더욱 확장돼 히스타민의 분비가 많아져 붉은 반점 현상이 심해지고 더 가렵게 된다. 알코올 등의 혈관 확장 물질들도 같은 이유로 증상을 악화시킨다.

우리 몸에서 분비하는 피지(여드름 유발 요인)는 피부가 마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가슴 등)는 건조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팔·다리·옆구리 등은 피지 분비가 적은 부위임으로 쉽게 건성 습진이 생긴다.

겨울들어 팔·다리에 생긴 건성 습진 환자를 많이 보게 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며 공기가 건조한데 보습을 잘 하지 않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바디 로션을 바르는 걸 귀찮아하는 40, 50대의 중년 남자들이 더욱 취약하다.

지난달 말 52세의 중년 남자가 “아토피”라며 병원을 방문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겐 아토피가 거의 없으니 아픈 부위를 보자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볼 필요 없으니 습진 약만 주세요. 10년동안 앓아 내 병은 내가 더 잘 안다”며 화를 냈다. 환자를 잘 설득해 확대경을 들고 병변을 살펴보니 팔, 다리 바깥쪽에 피가 날 정도로 긁은 손톱 자국과 진물이 심해 옷이 달라붙어 있는 아주 심한 건성 습진이었다.

밤만 되면 가려워 보름 동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계속 긁어도 속 시원치 않고 피와 진물이 나 옷을 다 버린다고 했다. 매년 요 맘때면 어김없이 생겨 동네 병원에서 아토피로 겨우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심할때 온천에 가 뜨거운 물에 지지고 오면 반나절 지낼 만하다고 했다. 술 기운을 빌어 잠 좀 자려고 하면 더 가려워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다음과 같이 처방했다. 물을 많이 마시고 목욕은 줄여야 한다. 가려울 때는 긁지 말고 술이나 사우나를 피하고 팔·다리 옆구리부위에 보습제를 자주 발라 건조해 지지 않도록 건성 습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바르는 연고와 보습제를 처방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목욕 후 보습제를 5분 이내에 꼼꼼히 자주 바를 것을 당부했다.

1주일 후 경과 관찰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해서는 병이 다 나은 것에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그리고는 자세히 보려고 사용하는 확대경 때문에 ‘돋보기 선생’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잘못된 진단으로 10년간 고생한 환자를 보며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위와 같은 사례는 너무 많다. 하지만 계속 이런 환자가 많은 것을 보면 아직 건성 습진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질환을 이해하고 주의 사항을 잘 지키면 생기지 않을, 고생하지 않을 질환이기 때문이다.

오라클피부과 김종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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