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 "소유와 경영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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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섬유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새한그룹이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그룹의 소유와 경영을 완전 분리한다. 이를 위해 창업주의 가족들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새한그룹의 모회사인 ㈜새한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정부와 금융권이 추구하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외부에서 경영 전문가를 회장으로 영입하고 그룹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고 발표했다.

새한그룹은 계열사가 12개며, 자산 3조5백20억원의 재계 27위 대기업집단이다.

새한그룹의 새 회장으로는 유공(현 SK㈜부사장과 유공가스 사장을 지낸 박종률(64)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창업주인 고 이창희(李昌熙)회장(삼성 李健熙회장의 형)의 부인인 이영자(63)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새한 관계자는 "이영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관(37)부회장은 도레이.듀폰 등 해외 제휴회사와 관련한 대외 업무만 담당하며, 새로 영입할 전문경영인 회장이 전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 이라고 말했다.

李회장의 차남인 이재찬(36)전 새한건설 사장은 최근 새한건설이 ㈜새한에 합병되면서 그룹을 떠났으며, 3남인 이재원(34)새한정보시스템 대표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새한은 오는 16일 새 전문경영인 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사업구조 개편과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과 그룹의 향후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회견에선 ▶계열사 매각▶임직원 감축▶서울 공덕동 본사와 역삼동 사옥 및 경북 경산공장 부지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만큼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획기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새한은 유통단지로 개발을 추진해온 경산 공장부지를 지난해부터 매각하려 했으나 24만여평(감정가 2천8백억원)으로 덩치가 커 성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울 공덕동 본사(평가액 4백40억원)와 역삼동 사옥(1백50억원)을 우선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주력인 섬유산업의 침체로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새한은 지난해 일본 도레이로부터 6천억원을 유치해 '도레이-새한' 이라는 필름.원사 제조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며, 듀폰으로부터 1백50억원을 유치해 스판덱스 제조사인 DSI를 설립했다.

주력사인 ㈜새한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2백56%며, 그룹 전체로는 2백44.4%다.

새한그룹은 ㈜새한과 새한미디어를 주력회사로 해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했으며, 97년 새 그룹명 선포식을 갖고 새한그룹으로 공식 출범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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