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은행합병 어떻게 돼가나] 1차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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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1차 은행 구조조정의 결과로 탄생한 4개의 합병은행은 현재 어떤 상태에 있을까.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을 합친 국민은행,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친 한빛은행, 조흥은행과 강원.충북은행.현대종금을 모은 조흥은행,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을 결합시킨 하나은행 등은 일단 합병을 통해 각기 국내 1.2.4.7위(지난해말 총자산 기준)의 대형 은행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커진 몸집에 비해선 수익성.금융기법 등 내실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은 합병 자체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내부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거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게 걸림돌이었다.

결국 상황은 '한지붕 두가족' 식이어서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전문은행간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국민.장기신용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문화의 이질감 속에서 장기신용은행 직원들이 무더기로 이탈, 당초 1천여명에서 현재는 5백여명으로 장기신용쪽 직원 숫자가 줄어든 상태다.

최근 신임 행장 취임 이후 투자금융실을 설치하고 장기신용은행 출신 직원들을 대거 배치하긴 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

은행 관계자들은 소매금융 특화은행과 합쳐진 뒤 장신 직원들은 고유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외형과 업무영역이 흡사했던 상업.한일은행도 합병 후 적잖은 갈등을 겪긴 마찬가지었다.

사람의 배치.발탁은 능력 위주라기 보다 안배 식이었고 일부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도 생겨났다.

하나.보람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보다는 자발적인 합병의 성격이 강했던데다 두 은행 모두 투자금융회사을 모태로 하고 있는 등의 공통점 때문에 조금은 나았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을 완료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불과 1년여만에 이들 1차 은행 합병의 성과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다.

합병 후 통합 절차를 진행하기에도 벅차 당장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우진 연구위원 역시 이런 논리에 동의를 하면서 "외국의 경우에도 합병 후 3년간은 적응기간으로 보고 재무지표나 경영성과를 섣불리 평가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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