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핵재앙 부를 컴퓨터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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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외신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사고의 피해자가 한명 더 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핵연료 가공공장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사고로 연간 피폭 허용량의 1백60배에 이르는 방사능에 노출된 공장 작업원이 7개월간 치료를 받아왔지만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핵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어떤 사후노력도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돌아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투하 이후 체르노빌 원전 유출사고 등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핵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사고발생 후 이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사전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우라늄 처리공장(USEC)에서 컴퓨터에 기록돼 있던 수백건의 자료를 담당자가 무단 삭제한 일이 있었다.

일반 공장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공장은 우라늄 처리공장이고 무단 삭제한 파일들은 안전과 환경문제를 다룬 내용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작성한 핵안전을 위한 지적사항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미국 정부는 해결 안된 안전문제 관련 파일의 반 이상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USEC는 기업 내부의 일상적인 서류관리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찌됐든 만의 하나 무단 파일삭제로 인해 점검되지 않은 안전상의 원인으로 핵 관련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이제까지의 사례와는 다른 큰 충격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인터넷의 사용이 늘면서 전자우편을 통한 바이러스의 침투가 늘고 있고, 관리소홀로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USEC와 같이 안일한 자세로 핵시설을 관리한다면 핵전쟁 후의 미래를 그린 SF영화처럼 인류가 폐허 속으로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컴퓨터가 발전할수록 사용자의 책임의식도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곽동수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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