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72층 “맑으면 대마도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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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공사 중인 최고 66층의 주상복합 메타폴리스. 내년 8월 완공되면 타워팰리스3차·목동 하이페리온에 이어 셋째로 높은 아파트가 된다. [포스코건설 제공]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고층·고밀화 건설은 항상 숙제였다. 건물을 높이 올려 땅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시도는 아파트 보급이 시작된 1970년대 본격화됐다.

1972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당시로서는 가장 높은 12층짜리 시범아파트가 들어섰다. 당시 아파트가 대개 5~6층으로 지어졌던 것에 비하면 ‘초고층’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들어서는 20층 정도로 키가 쑥 자랐고, 1990년대 들어서는 25~30층 아파트가 속속 건설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높이 경쟁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었다. 정부의 층수 규제와 기술 부족 등으로 대부분의 아파트가 30층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땅이 모자라고 건축 기술은 좋아지면서 서울 강남 일대와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4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잇따라 세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입주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아파트는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3차. 69층 264m로 여의도 63빌딩(239m)보다 25m 더 높다. 타워팰리스 다음으로는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69층 256m)이 있다. 이들 단지는 압도적인 높이에서 나오는 탁 트인 조망권으로 주택 수요자들을 매료시켰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아파트의 고층화 바람을 불러온 것도, 조망권의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아래에서 보면 우러러 보게 만들지만, 이들 단지의 시대도 저물어간다. 두 자릿수 층수, 높이 300m를 넘지 못하던 아파트가 100층이라는 세 자릿수 층수에 높이 400m 이상으로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100층짜리 초고층 주거시설의 가장 큰 무기는 탁월한 조망권. 건설업계에 따르면 보통 100층 정도에서 확보되는 가시거리는 약 50㎞다. 현대산업개발 설계팀 최영석 부장은 “72층짜리인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아이파크도 부산 전역은 물론이고, 날씨가 좋으면 40여㎞ 떨어진 대마도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명품 조망권 덕에 초고층 아파트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다. 지난해 1월 나온 해운대 아이파크는 1순위 경쟁률이 최고 96.5대1에 달했다. 바로 옆에서 공사 중인 80층짜리 두산위브더제니스 역시 조망권이 떨어지는 저층을 제외하고는 계약이 끝났다. 2004년 분양된 버즈두바이 아파트는 최근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만큼의 웃돈이 붙어있다.

삼성건설 버즈두바이 현장의 윤왕현 부장은 “우리 돈으로 3.3㎡당 2500만원에 분양됐으나 지금은 3.3㎡당 5000만~6000만원 정도로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파트가 마냥 치솟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버즈두바이(154층)·인천타워(151층)와 같은 초고층 빌딩의 최고층에 상시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들이지 않는 건 경제성이 떨어지고, 유지 관리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의 하태훈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200층짜리 아파트 건설도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공사비와 분양가 등의 경제성을 따져야 하고, 바람이 강해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마냥 올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영석 부장은 “건물이 높을수록 바람에 건물이 흔들리는 폭이 커지는데 민감한 사람들은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문제 등으로 사무실·호텔과 같이 한시적으로 머무는 경우는 몰라도 상시 거주하는 데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100층 안팎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벨탑의 꿈이 이 정도 수준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건설관리연구실장은 “60층에 거주할 생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2000년에는 20%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60층짜리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선 뒤인 2007년에는 7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며 “100층 안팎의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도 올라가므로 기술적 보완을 거친다면 더 높은 주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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