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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왜 인류 조상이 아닌가? (8)

중앙일보

입력

앞서 이야기했듯이 네안데르탈인은 지능이 떨어져 기상격변이나 아프리카에서 이동해온 현생인류의 조상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 학자들이 있다.

사하라 사막의 기후변화로 아프리카의 현생인류가 유럽으로 이동했다.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다.

갖가지 멸종원인들이 제기돼

다른 학자는 네안데르탈인의 주식인 덩치 큰 포유류가 빙하기 때문에 감소해 멸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호모사피엔스인 인류는 잡식성 때문에 생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와 이종교배를 통해 우리의 피 속에 남아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팀은 대단히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지브롤터 박물관의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불운(不運)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과거의 주장들은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증거도 없고, 도구 개발에서 기술적인 차이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네안데르탈인 게놈 초안 분석에 따르면 이종교배의 흔적도 전혀 없고, 이들이 인류의 유전자 풀(gene pool)에 기여한 표시도 없다는 것이다.

게놈 분석 이종교배 흔적 없고 유전자 풀에도 기여하지 않아

유럽을 비롯해 중동까지 널리 분포해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은 인류고고학사상 가장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을까? 연구팀의 주장이다. “뼈와 석기를 분석할 결과 기후변화와 나쁜 운의 치명적인 결합이 주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는 나쁜 시기에 나쁜 장소에서 살았다. 빙하기로 인해 네안데르탈인의 거주지를 파괴해 인구를 서서히 감소시켰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는 아마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접촉으로 인해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게 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의 접촉, 그리고 경쟁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고대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 것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및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 지역의 기후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하라 사막의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

지난 11월 네덜란드와 독일 과학자들은 서아프리카 기니 부근의 수심 3천m 해상(海床)에서 채취한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12만년 전과 5만년, 9천년 전 사하라 사막과 사헬 지역의 습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으며 풀이 아닌 나무가 주로 자라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당시 강한 바람에 실려 해상에 쌓여 잘 보존된 이 지역에서 나온 먼지에 섞인 식물의 잎 목랍(木蠟)성분을 분석해 지난 20만년 동안 사하라와 사헬 지역의 나무와 풀 비율 및 강우량의 변화를 알아냈다.

그 결과 12만~11만년 전, 5만~4만5천년 전, 1만~8천년 전의 세 시기에 사하라와 사헬 지역의 기후는 지금보다 훨씬 다습했고 나무가 많이 자랐으며 앞의 두 시기는 초기 인류가 동아프리카를 떠나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유럽을 향해 이동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시기에는 북아프리카 중부 지역에 비가 많이 와 평소엔 불가능했던 사람들의 통행이 가능해졌고 이곳을 기점으로 다른 대륙으로의 진출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나무가 많았던 사하라가 사막으로 변하자 유럽으로 진출

그러다가 이들 지역의 기후가 다시 건조해지자 사람들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인적이 끊긴 북아프리카와 중동에는 유전적,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게 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이들은 또한 이 지역에 강우량이 늘어난 변화의 요인은 주요 해류인 대서양 역전순환(AOC) 강도가 높아진 것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저서(底棲)유공충들의 화석화된 껍데기를 분석해 해류의 강도를 측정한 결과 AOC가 약해졌을 때 북아프리카 중부지역에 풀이 많이 자랐음을, 즉 기후가 건조해졌음을 밝혀냈다.

한편 AOC 약화 현상은 고위도대의 담수 유입량 증가로 표층수 염도가 낮아질 때 일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담수 유입은 이 밖에도 이 지역 바다의 표층수 온도를 낮춰 고위도대의 차가운 공기를 열대지방으로 이동시키고 이는 다시 북아프리카 중부지역의 기후를 건조하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여러 증거로 미뤄볼 때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 것은 북대서양에서 시작된 기후 변화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프리카의 인류가 유럽으로 유입하게 됐고 결국 네안데르탈인과 생존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서로 공존을 택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택했고, 그 속에서 멸종하게 됐다는 것이다.

종이 서로 다른 경우 공동의 이익을 위한 공생관계는 성립할 지 모르지만 공존이 이루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같은 먹이를 서로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 종은 없다. 거기에는 싸워서 이겨서 살아남는 강자만이 역사의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