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묻지마 개발'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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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관광공사와 각 지자체가 무턱대고 벌인 관광개발사업들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시작했다가 자본부족 등으로 빚만 지게 된 채 중도포기하거나 사업을 보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포기하자니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깝고 계속하자니 힘에 부치는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관광공사는 1991년부터 전남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화봉리 일대에 화원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벌였으나 자금난으로 중단했다.

관광공사는 2004년까지 9천4백여억원을 투자, 1백54만평(육지 1백23만평, 바다 31만평)에 골프장.호텔.콘도.마리나 리조트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4백26억원을 투입, 설계와 진입도로 개설만 해놓고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 부지 매입마저 계획의 55%(68만평)만 이뤄진 채 98년 3월 자금난으로 중단했다. 7천2백여억원의 민자유치 또한 이제껏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

더욱이 관광공사는 공기업 경영혁신 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이 사업을 지자체나 민간에 넘겨야 하지만 이를 맡겠다는 곳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북 김제시는 금구면의 모악산 금산사 부근에 모악랜드 개발사업을 벌였다가 실패, 청산조차 못하고 있다.

93년 김제개발공사를 설립, 1만8천여평에 유희시설.가족호텔 등의 관광단지를 조성키로 했으나 썰매장 하나만 만들고 97년 중도 포기했다.

공사 설립에 참여했던 민간업체들이 사업성이 없다며 빠져나간 데다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김제시는 20억원의 빚까지 내 50여억원을 투자했으나 약 12억7천만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경북 청도군은 87년 금천면 사전리 14만여평을 청도온천관광지로 지정, 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시공을 맡은 ㈜세모가 IMF로 부도나면서 부지만 절반 정도 조성한 채 버려져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새 사업자를 찾고 있으나 사업비가 1천1백여억원에 달해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고 말했다.

이밖에 92년 경주 보문단지 1백70만평에 대규모 레저타운 건설을 계획한 도투락은 모기업의 법정관리로 개발이 중단됐고, 경주시 양남면 일대 2백15만평 부지에 개발계획을 세운 코오롱개발은 자금난으로 골프장만 개장하는데 그쳤다.

충북 진천군은 과천산업개발이 2천8백억원을 들여 대문리 일대에 조성키로 한 만뢰산 관광단지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백곡면 구수리~대문리간 1.7㎞의 도로를 만들었으나 극동건설의 부도로 도로 개설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송의호.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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