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윤현석-서봉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魔에 홀린 듯 작은 실리 탐하다 패착

총 보 (1~277)〓서봉수9단도 산뜻한 첫승을 올렸다.

이것으로 8명이 모두 한판씩 두었다. 조훈현9단.서봉수9단.이세돌3단.원성진2단은 이겼고 그들의 상대인 안조영5단.윤현석5단.양재호9단.유창혁9단은 졌다.

지난해 도전자 유창혁9단이 15세의 새내기 원성진에게 진 것이 가장 큰 충격이고 이변이었다.

본선리그 첫판이 ○표냐, ×표냐의 차이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는 기분부터 나빠지고 도전권에 대한 의욕도 푹 꺾인다.

8명 리그에서 도전권을 잡으려면 전승이거나 1패에서 멈춰야 한다. 1패도 재대결을 벌이기 십상이며 2패면 벌써 물건너간다. 그러니 첫판의 ×는 얼마나 피곤한가.

이판은 바둑에서의 대세관.대범함 등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현대바둑은 힘 대결.잔수 대결.계산 대결로 치닫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대세의 본류는 여전히 힘차게 흐르고 있다.

백의 尹5단은 22까지 우하 흑을 패로 잡으러 가는 큰 노림을 남겨 바둑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바로 직후 떨어진 24의 붙임수가 소탐대실이었으니 이로써 형세는 순식간에 어지러워진다.

그는 왜 34까지 후수로 한점을 잡는 데 전력을 기울였을까. 넓은 신천지라 할 상변으로 담담하게 걸어가면 될 일인데 왜 좁은 곳에서 비비적거리며 10여집의 실리를 탐했을까.

우변에 들어간다면 192로 깊숙이 들어가 크게 공격해야 옳았다.

이런 정도의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尹5단이 왜 마(魔)에 홀린 듯 한점을 탐했을까.

이것이 대국심리의 불가사의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화려하게 다가오는데 이 덫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129.135.141〓11, 132.138.144.146〓22, 276〓241, 277〓192). 277수 끝, 흑7집반승.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