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 근거리 배정’ 반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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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 ‘근거리 배정’ 원칙 수정안을 강행키로 해 학생·학부모·고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지역교육청 11곳의 진학지도 담당자들을 불러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고교선택제의 2단계 배정에서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을 우선 배정하는 수정안을 중3 담임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알려 혼란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영국 교육정책국장은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수정안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안은 중3 학생들이 거주지가 속한 학군 내 고교 두 곳을 지원하면 각 고교는 정원의 40%를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하기로 했던 원안 대신 근거리 우선으로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본지 12월 5일자 20면>

그러나 시교육청에는 이 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학생·학부모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3 학부모라고 밝힌 김창규씨는 “중학교에선 이미 ‘우리 학교에서 그곳(고교)에 지원해도 배정받기 힘들다’고 말해 학생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며 “왜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고 항의하는 아들에게 설명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학부모 정환씨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희망하는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해서 이사 가는 것을 포기했다”며 “바뀐 안으로 시행되면 행정소송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거주지가 속한 학군 내에서 고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2단계에 큰 기대를 해왔다. 서울 전역에서 고교 2곳을 선택하는 1단계는 원거리 통학을 각오해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이 지난달 발표한 2차 고교 모의배정 결과에서도 고교별 정원의 20%를 뽑는 1단계에서 현재 소속 학군이 아닌 곳에 있는 고교를 지원한 학생은 전체 9만5643명 중 6.9%(6599명)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학부모 윤모(42·여)씨는 “결국 학군 좋은 지역에 사는 게 유리하다는 뜻 아니냐”며 “이제 학교를 선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서울 지역 300여 개 중·고교 교장으로 구성된 서울사립중·고교 교장단도 9일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회장인 윤남훈 정의여고 교장은 “자율과 선택이라는 원칙에 따라 추진해온 정책이 갑자기 바뀌는 건 학생과 중·고교 모두에 혼란만 줄 뿐”이라며 “원래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도 수정안 반대 입장을 내고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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