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도 함께 뛰는 싱가포르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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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6일 오전 5시30분. 깜깜한 스카이라인 아래에서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뛰쳐나갔다.

스탠다드 차타드 싱가포르 마라톤은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에서 시작됐다. 12월에도 낮기온이 25도를 오르내리고 습도가 매우 높은 날씨 때문이다.

그런데도 올해 대회 참가자 수는 5만 명(하프, 10㎞ 포함)이나 된다. 500만 명이 채 안 되는 싱가포르 인구의 1%가 뛰는 셈이다. 풀코스 1만7500명, 하프 1만2500명, 10㎞ 2만 명이 참가했다.

싱가포르 마라톤이 ‘아시아의 뉴욕 마라톤’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와 조직위원회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이다. 싱가포르 스포츠국은 이 마라톤을 12월의 관광상품, 도시축제로 발전시켰다.

출발선은 같지만 풀코스, 하프, 10㎞의 코스는 모두 다르다. 모든 참가자가 도심의 복합문화예술관 에스플러네이드(열대 과일 두리안을 닮은 건물) 앞에서 출발해 머라이언(사자 머리와 물고기의 몸을 가진 싱가포르 상징물) 파크, 마리나 베이 등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를 둘러보면서 뛸 수 있다.

홍보담당자 도미니크 테이는 “싱가포르의 주요 볼거리를 모두 구경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평평하고 제일 경치 좋은 코스”라고 자랑했다. 출발 시각은 하프는 풀코스보다 1시간 늦고, 10㎞는 2시간 늦게 해서 해가 뜨고 나서다. 도심의 교통은 오전 1시부터 낮 12시까지 통제됐다.

도미니크는 “올해는 2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풀코스 경기가 끝날 시점인 오전 10시30분부터 출발선 옆 잔디 광장에서 3~13세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달리기(750m)가 열렸다.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였다. 2002년부터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공식 스폰서로 참가하면서 대회는 열정적으로 변했다. 올해는 10만 명의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이 코스 중간중간에 배치돼 마라토너들을 격려하고 박수를 보냈다.

싱가포르=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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