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추락에 美 팜빌 초상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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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 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 팜빌. 대부분 소규모 상업에 종사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곳 주민 30여명은 지난해 초겨울까지만 해도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1997년 쌈지돈들을 모아 약 10만달러를 마련, 공동투자한 인터넷 벤처기업 '사이퀘스트닷컴(http://Sciquest.com)' 의 주가가 급상승 커브를 그렸기 때문이었다. 공모가 16달러짜리가 80달러를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달콤한 꿈은 잠시뿐, 올 봄이 되자 주민들은 넋을 잃었다.

정보통신주의 거품이 빠지면서 사이퀘스트의 주가가 13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을은 초상집이 됐다.

순박한 팜빌 주민들이 주식투자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사이퀘스트의 창업자인 스콧 앤드류와 페이튼 앤더슨이 같은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 투자자로 참여한 상인, 교사, 의사들 모두가 그들의 부모와 친분이 있거나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11월 증시에 상장된 사이퀘스트는 출발은 좋았다.

매출도 98년 47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백88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탓으로 지난해 경영손실이 3천5백만달러로 늘어났고 때맞춰 뉴욕증시가 폭락,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자본까지 잠식당하고 있는 상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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