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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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의 과외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1980년 7월 과외교습 전면금지 조치 이후 만들어진 사(私)교육의 틀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헌재는 사회적 파장이 컸던 그린벨트 해제나 동성동본 금혼 등에 관한 결정처럼 법 개정 등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관련법령에 형사처벌 조항이 있어 개정 유예가 힘들다고 판단, 위헌쪽으로 급선회했다.

◇ 쟁점〓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3조는 '누구든지 과외교습을 해서는 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학생과 대학원생, 학원.교습소를 설립한 자는 예외적으로 과외교습을 할 수 있고, 학생들도 이들을 통해서만 과외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의 쟁점은 이 조항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 국민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위헌제청을 한 대구지법 김창석(金昌錫)부장판사는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장려해야 할 국가가 원칙적으로 사교육을 처벌하고 예외적인 경우만을 인정함으로써 교육의 보호자가 아니라 압제자로 작용하고 있다" 고 주장해 왔다.

법조계에서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사회적 폐해가 큰 변칙과외만 금지해야 한다" 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장 과외금지 조치를 해제하면 사교육비가 급등하는 등 교육현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란 교육단체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헌재는 이를 감안, 지난해 10월부터 10여차례나 토론하는 등 고심을 거듭해 왔다.

◇ 결정취지〓헌재는 이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데도 ▶부모의 자녀 교육권▶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직업선택의 자유 등 세가지를 크게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이로 인해 ▶입시경쟁과 관계없는 개인교습▶초등학생의 학교 교과목 학원수강▶친척이나 이웃집 주부가 저렴하게 학생을 가르치는 행위▶뛰어난 예술인이 적정한 교습비용을 받고 가르치는 행위 등 건전한 부분마저 규제되고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부모의 천부적인 권리인데도 국가가 건전한 사교육을 장려하기는커녕 자녀의 인격발전을 위한 결정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또 어린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도 제한돼왔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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