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미·이런삶] 사진 12년 김정철 광주은행 홍보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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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싶다는 김정철씨. 양광삼 기자

광주은행 홍보팀장 김정철(41)씨는 지난해 1월 초부터 매일 500여명에게 '김정철의 아침의 향기'란 이름으로 이 메일을 보내고 있다.인상에 남는 글귀와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담아서다.광주은행 사내 통신망에 띄운 게 호응을 얻으면서 주변의 인사들에게도 보내고 있다.

국.내외의 다양한 풍광과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더 인기다.김씨가 직접 촬영해 가려 뽑은 작품들이다.

김씨는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좋은 아침을 맞이하길 바라는 뜻에서 이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사진 예술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5월.

사진작가협회 전남지부장을 지낸 사진작가 최병오씨(2001년 작고)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남에게 얻은 카메라로 친구 결혼식을 촬영하다 노출을 잘 맞추지 못해 낭패를 본 뒤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최씨를 스승으로 모신 것이다.

그는 사진에 빠져들면서 매주 주말과 휴일이면 카메라를 매고 집을 나섰다. 백두산.금강산.지리산.한라산은 물론 어지간한 산들을 한차례 이상 올랐다.

그는 94년 여름 휴가철에는 11시간 동안 차를 몰아 설악산으로 가 마등령에 올랐을 때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녘 속초 앞 바다에서 운해 속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감동에 젖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 줄도 모르도록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고 한다.

"카메라로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었어요.생각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 것 같아요."

그는 96년 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하고,산 사진들을 모아 개인전을 열었다.

이듬해 사진 이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광주대에 입학해 사진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는 사진 이론과 실기 공부를 병행하면서 "나만의 세계를 개척하겠다"고 각오하고 사진과 인터넷의 접목을 시도했다.인터넷 서버를 다룰 정도로 컴퓨터를 익혔다.

슬라이드 필름 1만여점이 쌓이자 사진 전자상거래 사이트(photoup.com)도 개설했다.

김씨는 "사진작업을 하는 게 좋아 인터넷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일정의 실크 로드 촬영을 계획 중이다.색다른 오지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어서다.

그는 "사진에 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다녔으며,직장 동료들과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을 많아 받았다"고 했다.

작품 사진 한장 한장에 피와 땀이 배어 있는 것 같아 주변에서 그냥 사진을 달라고 할 때는 서운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한 좀 더 넓은 세상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 없을 것 같다"며 "아마추어이긴 하나 사진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후대책도 될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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