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산업단지 조성 … ‘중국판 마셜플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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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은행과 중국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저임금 공장을 세우는 내용의 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아시아처럼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아프리카에 제조업 공장을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중국이 이 제안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세계 1위인 외환보유액을 개발도상국의 수요를 창출하는 데 써야 한다는 ‘중국판 마셜플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에 실시한 대외 원조 계획이다. 지난달 아프리카협력포럼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향후 3년간 100억 달러의 차관을 저리로 제공하고 ▶빈곤 국가의 수출품에 매긴 관세를 60% 삭감하는 한편 ▶일부 국가의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판 마셜플랜’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중국 내 저항이 문제다. 제조업 유치에 적극 나섰던 내륙 지방 정부의 반감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내륙 지방의 정부들은 중국의 경제 발전을 주도한 연해 지역의 임금이 상승하자 자신의 지역으로 공장을 유인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때문에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중국판 마셜플랜’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로서는 자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가운데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계획이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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