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증시는 돈먹는 하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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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증시가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는 거꾸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상장사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와 주가 안정을 위해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도 급증하는 추세다.

1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 2일부터 이달 15일 사이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이 늘어난 기업은 98개(전체 상장사의 16.3%)에 달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아들 3명은 지난달 한화의 자사주 262만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32.5%에서 36%로 높였다.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도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율을 28%에서 30%로 높였고, 웅진코웨이의 윤석금 회장은 주가 안정을 이유로 지분율을 42.5%에서 50.9%로 올렸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크게 증가했다.

자사주 보유총액은 2001년 말 8조2000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19조원을 넘어서 두배 이상 늘었다. 배당금도 2001년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장사 배당금은 사상 처음으로 유상증자액을 초과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주가안정을 위해 1조97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샀고 중간 배당금으로 7643억원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6조2719억원)의 43.6%가 증시로 투입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자사주를 2조원어치 더 사들일 계획이다.

기아차는 상반기 순이익(3533억원)의 40.5%인 1431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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