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다] 3. 정부의 속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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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속사정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총선 쟁점이었던 국가채무 논란이 부담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그나마 연초 몇몇 경제부처에서 거론됐던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가피론은 자취를 감췄다.

다음은 지난해이후 대통령 업무보고, 국회답변 등에서 64조원으로 충분하다고 경제부처 수장들이 거듭 밝혀왔다는 점이다. 말을 물리기 어렵게 된 셈이다.

세째,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책임질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론이 나서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관가의 분위기도 그래서다.

3년전 공적자금을 64조원으로 정할때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최대 2백50조원을 주장했다.

대우 등 부도 직전이었던 기업들의 여신까지 은행 부실로 잡고 청소비를 계산한 것이다.

정부는 부처간 논란끝에 대우.투신부분을 빼고 당장 눈앞에 드러난 부실만을 계산해 64조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8월 대우가 무너지자 정부는 빚 90조원을 은행.투신권 등에 나눠안도록 했다.

계산에 없던 부실을 정부가 금융권에 안긴 셈이니, 당시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우처리를 맡았던 당시 실무자는 "정부가 20조~30조원을 넣는 해결방안을 제시했지만 무시됐다" 며 "명분도 있고 기회도 좋았지만 부처간 책임을 미루다 실기했다" 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실적배당상품으로 이익도, 손실도 투자자들의 책임인 투신사 수익증권까지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도록 했다.

올들어 2차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때 떠안은 금융권의 추가 부실이 숨어 있다.

때문에 투신의 경우처럼 정부로선 이들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경우 '나몰라라' 외면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해결책은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난색이다.

국회동의를 거쳐야하는데, 그동안 고수해온 '추가조성 불필요' 론에 발목이 잡혀 꺼리고 있다.

다른 방법은 자산관리공사나 예금보험공사가 자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동의를 피할수는 있지만 자칫 두 기관이 부실화할 경우 결국 정부부담으로 남게 돼 역시 고민이다.

이계영.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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