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K7 힘차게 출발, 준대형 ‘3차대전’ 뜨거운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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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르노삼성의 ‘SM7’, 현대자동차의 ‘더 럭셔리 그랜저’,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K7’ (위에서부터).

기아자동차 K7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자동차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현대 그랜저와 르노삼성 SM7에 이어 K7이 합류한 데다 내년에는 GM대우의 새 준대형 세단(VS300)까지 나와 4파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 시장에서 그랜저의 독주 체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새 차가 잇따라 출시되며 업체 간 경쟁적인 판촉전이 예상된다. 또 그동안 ‘그랜저급’으로까지 불리던 준대형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는 의미도 있다.

◆준대형 세단 잇따라 나오는 이유=준대형 차급은 한국에만 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구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차원에서 나온 이름이다. 준대형이라는 이름은 쏘나타 등 중형 세단의 플랫폼(서스펜션 등 차량의 하부 구조)을 쓰면서, 크기와 실내 공간을 더 키우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채용하면서 붙었다.

국내에서는 중형 세단 이상을 원하지만, 에쿠스 등 대형차는 부담스러운 고객에게 인기다. 2007년 그랜저와 SM7 판매량은 10만2567대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에는 판매(8만1852대)가 다소 줄었지만, 올 들어 조금씩 판매가 회복되고 있다. K7과 GM대우 신차가 본격 합류하는 내년에는 점유율이 10% 선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와 GM대우가 준대형 세단 시장에 새롭게 이름을 내미는 것도 국내에서 판매량이 상당한 데다 차 값이 비싸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어떤 특징 있나=기아 K7은 실내 인테리어와 조명·음향 등 운전자 감성 측면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일부 기능은 고급 수입차 수준이라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예전처럼 푹신한 승차감만 강조하지 않고 유럽식의 단단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11월 말까지 예약이 8000대를 넘어섰다.

준대형 차급의 원조인 현대차는 1일부터 그랜저의 외관을 바꾸고 옵션을 고급스럽게 만든 ‘더 럭셔리 그랜저’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16일 출시되는 신차의 외관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 등에 적용한 ‘윙 타입’으로 바꿨다. 최고급 내장재인 알칸타라 가죽을 시트·콘솔·도어트림에 적용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값은 기존 그랜저보다 약간 올라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신형 그랜저(HG)를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SM7은 2008년 초 외관을 약간 바꾼 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까지 신차 출시나 큰 폭의 외관 변경 계획은 없다. 르노삼성 측은 SM7이 판매량은 그랜저에 밀리지만 상품성이나 소비자 만족도는 더 높다고 주장한다. 현재 판매 중인 2010년형 모델은 가죽 시트를 고급화하고, 모든 트림에 헤드램프 에스코트 기능을 추가했다. 또 기존 SM7 SE 모델에 인기 있는 사양을 추가한 ‘SE PLEASURE’ 모델을 판매 중이다.

GM대우도 VS300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신차는 같은 플랫폼을 쓰는 GM 뷰익 라크로스 또는 GM 자회사인 독일 오펠의 인시그니아 중 하나를 기본으로 할 예정이다. GM대우 관계자는 “두 모델 중 하나를 그대로 들여오지 않고 내·외장을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GM대우는 신차를 내년 여름(7월 전후)께 출시 예정이지만, 최근 경쟁 차종이 잇따라 나오는 것을 고려해 조만간 개념도(렌더링 이미지)나 사양 등을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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