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창당 기분으로 새출발"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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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권자는 맹수(猛獸)와 같아. 물 주고 밥 주는 사육사도 잠깐 한눈 팔면 물어뜯지. "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 때 발언)

서울 신당4동 자택에 칩거 중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15일 집에 '쳐들어간' 당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이한동(李漢東)총재와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 김종호(金宗鎬).이택석(李澤錫)부총재.강창희(姜昌熙).김학원(金學元).김영진(金榮珍)의원이 점심식사 시간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가 칼국수를 만들어 대접했다고 한다.

낙선한 이택석 의원이 "일산 신도시를 만들 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유권자들이 몰라줬다" 고 토로하자, JP가 트루먼의 이런 유권자 '맹수론' 을 인용했다.

합석했던 사람들은 이를 "충청권을 잠식당한 JP의 심정" 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특히 "JP가 당이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집에서 사람을 만날 때 언제나 정장을 하고 2층에서 내려왔지만 이날은 잠옷차림 그대로였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아무래도 칩거(蟄居)구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JP는 "당을 새롭게 해 다시 창당하는 기분으로 시작하자" 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정계 2선후퇴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참석자들은 모두 "민주당.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만큼 우리당 17명 당선자가 똘똘 뭉친다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김학원 사무부총장은 당선자에게 일일이 전화했는데 "자민련 울타리를 떠날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고 주장했다. 그는 "결사적으로 노력해 (소속의원)20명을 넘기겠다" 고까지 했다.

JP집의 응접실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을 축하한다며 보낸 화려한 호접란(胡蝶蘭)이 놓여 있었다. 청와대로부터 연락은 일절 없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

그의 칩거구상의 중심은 'DJ의 마음읽기' 에 있을 것 같다. 金대통령이 과거처럼 JP의 도움을 정말로 간절히 바라는지, 아니면 여야간 초당적 협력체제를 실험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관계개선에 비중을 둘 것인지가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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