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삼척 18만명 대피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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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백두대간이 불타고 있다.

동해시는 12일 삼화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군부대 화약고와 가스충전소 인근까지 번지자 낮 12시30분 각 동사무소를 통해 시민 10만3천여명에게 대피준비를 지시했다. 삼척시도 시민 8만5천여명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

쌍용양회 동해공장.한라시멘트 옥계공장 등 인근 4개 대형 시멘트 공장이 이날 가동을 중단했다. 송전선로가 불에 타 동해전력소.삼척변전소 등이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

삼척 산불은 마지노선인 도경계를 넘어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경북 울진군까지 번졌다. 울진군과 소방서.경찰.원전측은 원전을 지키기 위해 비상태세를 갖췄다. 이날 강릉에서도 두 건의 산불이 발생, 수천명의 시민이 새벽에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 7일 고성 토성.죽왕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12일까지 6일째 1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로 강원도내 백두대간 1만여㏊(추정)의 산림이 불탔다. 서울 여의도의 30여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다.

주택 등 건축물 5백6채가 불에 탔고 2백92가구 8백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방당국은 헬리콥터 48대와 소방차 68대, 예비군.민방위대.공무원 등 2만여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하고 있으나 초속 15m를 넘는 강풍으로 애를 먹고 있다.

12일 산불 현장을 찾은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장관은 동시 다발적인 이번 산불이 방화가능성도 있다며 화재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 동해〓12일 오전 9시35분쯤 삼화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남풍을 타고 북상, 오후 4시 현재 천곡동.망상동을 거쳐 승지동까지 번졌다.

불이 군부대사령부 화약고와 7번 국도변 LP가스충전소 인근으로 번지자 동해시는 폭발을 우려, 전시민에게 대피준비령을 내렸다. 부대측은 산불이 화약고 경계지역인 철담장 2백여m까지 닥치자 오후 8시쯤 소이탄을 터뜨려 큰 불을 잡아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망상동 ㈜한화 화약보관소도 불길이 번지자 트럭 5대를 동원, 화약을 강릉시로 옮겼다.

동해시 지역 25개 초.중.고 학생 1만7천여명이 오전수업 중 조기 귀가했다. 동해대학교는 임시 휴교했다.

◇ 삼척〓10일 재발한 원덕읍 지역 산불은 12일 오후 도경계를 넘어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로 번졌다.

또 근덕면 지역 산불도 북상, 동막리와 맹방쪽으로 퍼졌다. 12일 오전 1시15분쯤엔 대피하던 이성하(64.여.근덕면 궁촌리)씨가 넘어져 숨졌다. 또 12일 오전 5시15분쯤 삼척시 미로면 고천리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까지 북상했다.

이 불로 주택 10여채가 탔다. 고천리 주민 1백여명이 한때 긴급 대피했고 미로초등학교 등 5개 학교가 임시 휴교했다.

◇ 강릉〓12일 오전 2시27분과 3시30분쯤 강릉시 홍제동과 사천면 방동리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 민가를 덮쳐 주택 33채가 전소됐다. 이 불은 오전 7시를 전후해 꺼졌으나 홍제동, 교1.2동, 경포동 등 5개 마을주민 수천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동해.삼척.강릉〓이찬호.고현곤.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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