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도 좋다…목표는 높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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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 펀드(ELF)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ELS와 ELS펀드들은 '원금은 지키면서도 주가 변동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엔 원금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높은 수익을 겨냥하는 신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끝없는 변신 덕에 ELS와 ELS펀드는 이달 들어서만 20여종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 안전성보다 고수익 추구=최근 ELS나 ELS펀드들은 '원금 보장' '원금 보존 추구'등의 무거운 갑옷을 벗고 '고수익'사냥에 나섰다.

대우증권이 15일부터 판매한 '넉아웃 공격형'과 '넉아웃 상승형' ELS의 경우 원금을 잃을 수도 있지만 지수 상승시에는 최대 연 28~38%까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엔 이런 공격형 ELS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발매한 ELS 44개 중에서 원금보존형은 1개에 불과했다. 또 올해 발매한 37개의 ELS펀드 중 '원금보존 추구형'은 14개(1622억원), '비(非)원금보존 추구형'은 23개(1409억원)다.

ELS펀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난해엔 '원금보존 추구형'이 발매 펀드 47개 중 44개로 주종을 이뤘고, 모집 규모도 전체 금액의 93.2%(5386억원)였다. 1년 새 비(非)원금보존 추구형으로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삼성증권 서형종 과장은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원금보존형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원금보존을 포기하더라도 다른 방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상품구조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초자산도 다양=LG투자증권이 20일부터 판매하는 LG ELS 82호도 현대자동차와 하나은행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를 준다. 조기상환조건(두 종목 모두 최초기준가의 80% 이상)을 만족하면 연 10%의 수익을 얻지만, 두 종목 중 하나라도 기준가의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이후 ELS는 지수가 한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일정한 수익이 나는 기본형→지수 상승.하락시에 모두 수익이 나는 양방향형→일정기간 확정금리를 지급하되 발행사의 요구에 따라 조기상황이 가능한 콜러블형 등으로 진화해 왔다.

최근엔 일본 닛케이 지수 등 외국 증시 지표에 연동되는 상품들도 인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ELS.ELS펀드 붐에 우려를 표시한다. 랜드마크투신운용의 김일구 이사는 "ELS의 인기가 국내 증시에서 파생상품의 비대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연구원 선정훈 연구위원은 "ELS의 원산지인 홍콩.미국에 비해 한국은 후발주자임에도 ELS가 지나치게 붐을 이루고 있다"며 "안전한 투자는 수익이 낮고, 예상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위험이 높다는 투자상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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