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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송수권 '갯메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채석강에 와서 세월 따라 살며

좋은 그리움 하나는 늘 숨겨놓고 살지

수평선 위에 눈썹같이 걸리는 희미한 낮달 하나

어느날은 떴다 지다 말다가

이승의 꿈 속에서 피었다 지듯이

평생 사무친 그리움 하나는

바람 파도 하나는 숨겨놓고 살지

때로는 모래밭에 나와

네 이름 목터지게 부르다

메마른 줄기 끝 갯메꽃 한 송이로 피어

딸랑딸랑 서러운 종줄을 흔들기도 하지

- 송수권(60) '갯메꽃' 중

참 채석강은 많은 것을 숨겨놓기도 하는구나, 보물찾기라도 하는 것인가. 어느 때는 송수권이 층층의 돌을 만원의 책으로 보더니 오늘은 그리움 하나를 숨겨놓고 있다고? 바로 이웃에는 조선왕조의 사내들을 울린 매창(梅窓)의 무덤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테지. 목터지게 부를 이름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송수권이 만나는 산과 물은 왜 언제나 울음소리를 내는지? 갯메꽃 딸랑딸랑 봄도 늦어야 피련만.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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