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총리공관에서 국민원로회의위원 오찬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서영훈 한우리공동실천연대 이사장, 현승종 인촌기념회 이사장,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 정운찬 국무총리, 한사람 건너 김영일 광복회장, 정재철 한나라당 상임고문, 이윤구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총재. [연합뉴스]
“사과 한 번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세 번이고 네 번이고 필요하면 계속 사과해야 한다.”
“법을 수정할 때는 법 논리에 충실해 어떻게 법을 세울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 원로들이 1일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나 세종시 관련 조언들을 쏟아 냈다. 정 총리는 올 3월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 공동 의장인 현승종 전 총리, 김남조 시인과 정치·사회통합 분야 위원 15명을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원로들은 “세종시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필요한데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TV 대화에 대해서는 “다소 여론이 돌아서고 있으나 한 번 사과로 사태가 나아진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원로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청사진을 갖고 충청인과 국민을 설득하라” “여당 내부를 설득해 힘을 합쳐라” “각계 의견을 모으기 위해 발로 뛰라”고 조언했다. 한 원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정안에 대해서도 한 원로는 “고용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생산 증진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과학적으로 계량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입법 체계로 볼 때 지금까지 수정 과정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법 논리에 충실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원로는 “‘세종’이 반목과 갈등의 상징이 돼 세종대왕께 죄송하다”고까지 했다. 김남조 시인은 “세종시에 철학·종교·문학적 면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한국은 겉으로는 대단한 나라가 됐는데 속으로는 분열이 많다”고 했다. 또 ‘도시 성격이 자꾸 바뀐다’는 지적에 “도시는 살아 있는 것이다. 어느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대통령이 그냥 놔두면 편할 수 있었는데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놔둘 수 없다고 말했듯 총리로서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김수한·박관용·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철승 전 헌정회장,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주호영 특임장관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왔다.
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