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부품이야기⑬]안전 주행의 수호천사 ‘ESC’

중앙일보

입력

장면 1. 시원하게 뻗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 전방에 장애물이 보인다. 운전자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 왼쪽으로 급하게 핸들을 돌린다. 이 때 차량은 운전자가 핸들을 돌린 각도보다 차체가 덜 돌아가는 현상(언더스티어링 : Under-Steering)을 보이며, 장애물과 충돌할 것 같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OOO는 바퀴에 장착된 센서와 스티어링휠의 방향을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차량 왼쪽 뒷바퀴를 자동 제어한다. 이에 따라 차량은 운전자가 의도하는 만큼 충분히 왼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어 흔들림 없이 장애물을 피한다.

장면 2. 동해안으로 떠나는 가족 나들이 길에 대관령을 넘는다. 구불구불한 언덕 도로가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 차량은 원심력 때문에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각도에 비해 차체가 더 도는 경향이 있다. 바로 오버스티어링(Over-Steering) 상황이다. 이 때 OOO는 회전방향에 따라 오른쪽 앞바퀴나 왼쪽 앞바퀴를 자동으로 제어함으로써 차량이 중심을 잃지 않고, 운전자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안전하게 조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면 3. 여름철 장마로 인한 빗길이나 겨울철 살얼음이 낀 출근길에서는 대기신호에 맞춰 운전자가 제동을 하려해도 미끄러짐 현상 때문에 제동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OOO는 바퀴를 감고 푸는 동작을 반복해 제동력을 높이는 ABS기능 외에, 미끄러운 노면에서 빨리 코너를 돌 때에 엔진출력을 줄여줌으로써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준다.

위 세 장면에서 OOO부분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ESC(차량자세제어장치 : Electronic Stability Control)다. 이 장치는 커브길이나 장애물이 출현하는 등 갑작스런 위험상황 발생했을 때, 자동차의 네 바퀴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바퀴의 미끄러짐과 차체가 돌아가는 각도를 자동으로 제어함으로써 안전한 조향을 가능케 하는 첨단 기술이다.

ESC의 원리는 이렇다. 각종 센서를 통해 수신되는 신호를 중앙처리장치가 파악해 운전자가 의도한 진행 방향과 실제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비교한다. 두 진행 방향이 다를 경우, 운전자가 꺾은 핸들각도보다 더 적게 회전하는 언더스티어링 현상이나 반대로 운전자가 꺾은 핸들각도보다 더 크게 회전하는 오버스티어링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ESC는 먼저 엔진의 출력을 감소시켜서 차체를 안정시킨다. 엔진 제어만으로 자동차의 안정되지 않으면 즉각 네 바퀴를 각각 다른 크기의 힘으로 제동한다. 그래서 자동차가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안전하게 진행하도록 도와준다.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서 실시한 실험은 ESC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할 경우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50%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ESC가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30%,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는 차량 전복사고를 12%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엔진의 출력을 조절해 줄 뿐 아니라 각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안전 주행의 수호천사’라 불리는 ESC 시스템. 현재 유럽에서 운행되는 차종 대부분이 ESC를 장착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3년 천안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ES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스웨덴에 위치한 동계테스트장에서 자체 개발한 ABS와 ESC 등의 제동장치들을 테스트하며 독자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전자제동설계팀 이승호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