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명반] 6. 바흐 '마태수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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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필립 에르베게가 지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가 녹음한 바흐의 '마태수난곡' (아르모니아 문디.1999년)은 바흐 서거 2백50주년의 해에 맞는 사순절에 어울리는 명반이다.

마태수난곡은 마태가 복음서에 기록한 최후의 만찬부터 십자가 상의 죽음까지 예수의 수난을 가사로 한 오라토리오 양식의 음악. 사순절 성금요일 오후에 연주하려고 작곡한 2시간 40여분 길이의 교회음악이다. 1727년 4월 11일 독일 라이프치히 성토마스교회에서 초연됐다.

내레이터인 복음서 저자(에방겔리스트.테너)와 예수(베이스).베드로.빌라도(베이스).유다(바리톤)등의 독창자와 2개의 합창단, 2개의 오케스트라, 오르간이 등장한다. 7분 가량 걸리는 아리아 몇곡을 제외하면 대부분 합창.독창이 번갈아 나오는 짧은 곡들로 이어진다.

녹음 장소는 프랑스의 메츠의 병기고를 개조해 만든 1천3백50석 규모의 콘서트홀. 공연장 내부 전체가 목재로 마감돼 바흐가 이곡을 초연한 라이프치히 성토마스교회당과 음향조건이 비슷하다.

에르베게는 성토마스교회의 건축 구조만큼 방대하고 복잡한 '마태수난곡' 을 담백하고 명쾌한 해석으로 풀어낸다.

바흐를 낭만주의자로 묘사한 지금까지 대부분의 녹음이 극적인 생동감을 강조했으나 이 음반은 이를 제거해 깊은 명상의 경지로 안내한다.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의 명료하고 생동감 넘치는 내레이션은 물론이고 슈퍼스타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가슴 저미게 하는 아리아 '나의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노래. 다소 빠른 템포이지만 깨끗한 발성으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3장의 CD 외에 바흐의 생애, 수난곡의 역사, 성경의 가사, 인터랙티브 가사를 담은 CD롬이 포함돼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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