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차’ 잡으러 전국 어디든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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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에서 나온 단속반원이 인천시의 한 골목길에 주차 중이던 ‘대포차’를 발견, 견인차를 동원해 강제 견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노원구청 세무징수과 직원 강문영(38)씨는 올 5월 21일 새벽 대전시 서구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다. 실제 소유자와 사용자가 달라 세금과 과태료가 체납된 이른바 ‘대포차’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강씨는 차량에서 내려 PDA 기기에 주차된 차량 번호를 일일이 입력했다. 검은색 포텐샤 ‘서울 43더 ○○○○’ 번호를 입력하자 모니터에 ‘단속 차량’이라는 표시가 떴다. 체납된 세금은 11건에 걸쳐 270만원, 주차위반 12건, 속도위반 19건이 줄줄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그가 어떻게 대전에서 대포차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적발 10일 전 강씨는 세금을 10회 이상 체납한 차량을 조회하다 문제의 차량을 발견했다. 명의자는 K씨(50·여). 소유자의 주민등록지는 서울시 마포구였다. 강씨는 가족관계를 조사한 끝에 K씨의 전 남편이 대전시 서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압류했다.

서울시는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대포차량을 집중 단속해 모두 2310대를 강제 견인했다. 이 중 1368대를 공매해 5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단속의 비결은 첨단 장비와 집요한 추적에 있다. 단속원들은 우선 10회 이상 세금 체납자들을 메모리 카드에 저장해 차량에 있는 ‘번호인식 시스템’에 장착한다. 이 시스템은 차량에 달려 있는 카메라가 좌우 45도씩 회전하며 차량 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차량을 발견하면 모니터에서 “체납 차량입니다”라는 경고음이 뜬다. 좁은 골목길에선 PDA를 이용해 직접 차량 번호를 입력한 후 조회한다.

K씨 차량처럼 ‘표적 수사’를 하기도 한다. 대포차도 사고에 대비해 책임보험에 가입한다는 사실에 착안, 책임보험 가입자의 거주지를 찾아낸다. 거주지에 차량이 없으면 최근에 주차위반을 한 지역이나 보험 가입자의 가족이 사는 곳을 뒤지기도 한다.

이번에 투입된 단속원 81명은 지방 출장이 예사다. 한 달에 일주일은 지방으로 내려가 숨어있는 대포차를 적발한다. 적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갖은 회유와 협박에 시달린다. 강문영씨는 “차량 주인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찾아오거나 돈으로 회유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대포차 단속은 전국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시 양인승 세무과장은 “전국 시·군·구와 협약을 체결해 12월부터 다른 지역의 체납 차량에 대해서도 강제 견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에 등록된 체납 차량이 서울에서 강제 견인돼 공매되면 금액의 70%는 광주시가, 30%는 서울시가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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