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가 아기를 가지고 놀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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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신생아 얼굴에 반창고를 붙여 놓고 '인상 봐라~~'라고 장난을 쳤다. 간호분야의 동호인 사이트(www.cyworld.com/×××)에 올랐으나 곧바로 폐쇄됐고, 현재는 '죄송합니다'란 글만 올라 있다. [대구=연합]

산부인과 간호조무사가 신생아를 괴롭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신생아 부모들과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울고 있는 신생아 얼굴에 반창고를 붙여놓은 장면과 컵라면을 몸 위에 올려놓고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린 장면, 얼굴에 큰 주사기를 올려놓은 것 등 10여 장이다.

이 밖에 신생아들끼리 입을 맞추도록 하거나, 투명한 비닐 가방 속에 신생아를 집어넣은 장면, 손으로 얼굴을 찌그러뜨리는 등 다소 가학적인 장면도 있다.

이 사진은 간호조무사 이모(24)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최초로 게재된 뒤 이 홈페이지에 접속한 신생아 부모들이 사진을 내려받아 주요 인터넷 카페에 잇따라 올리면서 급속히 퍼졌다. 이씨는 6일 오전에만 4만여 명의 네티즌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항의방문하자 이날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씨는 대구시 동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근무했으며 병원 측은 이씨가 지난달 말 퇴직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신생아 부모 등 네티즌들은 "어린 생명을 학대했다"며 당국에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가 근무했던 산부인과 원장은 "실명이 오른 간호조무사 3명 중 1명이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병원 신생아실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날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병원에서 신생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인간 복숭아'를 만든 또 다른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는가 하면 신생아 부모들의 인터넷 모임인 다음 카페에는 '신생아 희롱사건 재발방지 서명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인터넷 카페에는 모 대학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찍었다며 신생아의 양 콧구멍에 볼펜을 꽂은 엽기적인 사진까지 돌아다녔다. 이 사진이 뜨자 네티즌들은 해당 간호사의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게시판에 띄워가며 비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카페는 1999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교환을 위해 전국의 엄마.아빠 16만여 명이 가입돼 있다.

한편 대구 동부경찰서는 인터넷에 오른 신생아 학대 사진과 관련, 사진 속에 나온 간호조무사 3명 중 송모(25).김모(25)씨 등 2명의 신병을 확보해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린 경위, 신생아 학대.폭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뒤 문제가 확대되자 잠적한 이씨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문제가 된 사진처럼 손으로 신생아의 얼굴을 찌그러뜨리거나 입을 맞추게 하면 폭행이 될 수 있다"며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이들을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0월 신생아가 키스하는 사진 등 석 장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잠적한 이씨가 나머지 8장의 사진을 올렸거나 네티즌이 이씨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 등을 조합해 다음 카페 등에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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