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논밭 황무지화…아파트 개발 토사 마구 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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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지곡리 중동마을. 15t트럭 20여대가 소음과 먼지를 내며 마을앞 논에 흙과 바위를 쏟아내자 대기하던 포클레인 2대가 달려들어 평탄작업에 나선다.

맞은편 지곡천 주변 논.밭에는 예년 같으면 물가두기 작업이 한창일 때지만 올해는 인근 보라지구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시뻘건 토사로 뒤덮여 있다. 1㎞ 가량 떨어진 지곡호수 상류지점 3만여평의 논과 밭.계곡.산림은 이미 훼손됐다.

주민 朴모(64)씨는 "토지주인들이 아파트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트럭 한대만 3만~5만원씩 받고 공사장 흙을 매립토록 하고 있다" 고 귀띔했다.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논.밭과 산림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반출된 토사로 죽어가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을 위해 거대한 산을 해체하면서 생겨난 흙과 암반 등을 무분별하게 매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밤이나 공휴일을 틈타 주인도 모르게 수백~수만t의 공사장 토사가 마구잡이 매립된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용인에서도 양질의 농토로 유명한 용인시 구성면 보정리 삼막골 일대의 농경지와 기흥읍 신갈리 신역동 마을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겨울만 해도 2백~3백50평씩 나눠진 계단식 논이었으나 한두달전 불법 매립이 이뤄져 논은 모두 사라지고 삭막한 나대지로 변해 버렸다.

지주도 모르게 잡석 등으로 매립된 농지도 부지기수다. 구성면 마북리 崔모(54).權모(43)씨 소유의 논 1천6백여평에는 주인 동의도 받지않고 인근 건설현장에서 토사와 잡석을 몰래 버려 5~7m 높이의 산더미가 생겼다.

權씨는 "농사짓기를 앞두고 물가두기를 위해 나가보니 덤프트럭 4천여대분의 흙과 돌덩이가 논에 가득차 있었다" 며 "이런 사실을 용인시에 알렸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아파트공사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을 고발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밖에 용인시 기흥읍 보라리 일대, 구성면 마북.청덕리 일대, 수지읍 상현.성복리 일대, 수지읍 동천.고기리 계곡 주변 등 1백여곳이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서 나온 흙과 돌멩이로 매립됐다.

용인〓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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