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제는 세무당국 차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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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세금을 늦게 내면 이자까지 받아내면서 지도층에게는 세금조차 혜택을 주나. " (유니텔 ID 목성12)

"3년간 재산세 한푼 못낼 만큼 집안이 가난한데도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몸소 나서는 희생정신에 눈물이 날 정도다." (ID 어른이)

최근 총선 후보들의 납세실적이 공개되면서 PC통신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세금 한푼 내지 않은 후보가 있다는 점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의견들이 많다.

이들 후보가 어떤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았는지 자세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공개대상이 된 세금 종류는 재산세.소득세에 국한된데다, 토지에 과세하는 종합토지세와 금융소득에 매기는 이자소득세는 제외돼 있다. 따라서 이런 세금은 냈을 수도 있다.

또한 재산등록은 가족 전원의 것으로 했으면서 납세실적은 후보 이름으로 낸 세금만 한정돼 부인이나 자식 명의의 납세실적은 제외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쏠리는 국민들의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의혹은 후보들 뿐만 아니라 세무당국도 겨냥하고 있다.

유니텔 ID가 목성12인 맹모씨는 "국세청은 그동안 무얼 했나" 며 과세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들 중 일부는 자신이 받은 세비를 비과세 대상인 기부금으로 내는 방식으로 세금을 '절약' 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변호사 등 전문직종이나 사업체를 갖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은 세금을 적게 내게 해달라고 세무서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 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변명 섞인 얘기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처럼 여론이 들끓는데도 선거법상 납세실적 신고와 관련한 제재조치 규정이 없다며 지켜만 보고 있다.

세금 부과의 생명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있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납세자가 있다면 엄정히 조사해 바로잡는 것이 공평과세를 지향하는 세무당국의 고유권한이며 의무다. 대상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힘있는' 사람들이라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계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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