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업사이트… 새 시장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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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농업과 인터넷-.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 인터넷 업계는 요즘 땅에서 인터넷 노다지를 캐기 위해 분주하다.

농업정보.작물유통 등 농업 관련부문이 인터넷과 만나 창출해 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테드 판스워스가 농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유통을 중개하는 포털사이트인 '팜비드닷컴(http://www.farmbid.com)' 을 개설했을 때 주위에서는 '미친 짓' 이라고 비웃었다.

농민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3월말. 회원으로 등록한 농민만 9만명에 이르고 투자하려는 벤처 자본가들이 줄을 서 괴로울 지경이다.

미 농산물 생산의 80%를 점하고 있는 기업농과 대규모 농업 종사자들이 회원의 주류다. 정기적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만 1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외국 농민들도 10%나 된다. 이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판스워스의 정확한 판단력과 마케팅 노하우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농민이 1백90만명에 이르고 이중 85%가 인터넷을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농업 전문지 '석세스풀 파밍' 의 조사자료를 간과하지 않았다.

골드먼삭스는 2004년까지 농업관련 시장규모가 1조달러에 달하고, 이중 12%인 1천2백억달러가 인터넷 B2B 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학과 컴퓨터 관련부문시장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때 그는 바로 농업이 인터넷의 또 다른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또 각종 검색엔진에서 '종자(seed)' , '트랙터(tractor)' , '경작(farm)' 등 농업관련 단어들을 모조리 구매했다.

이 단어들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자사 홈페이지 배너 광고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배너광고 클릭률이 3%에 달했다.

인터넷에서 배너광고 평균 클릭률이 1%에도 못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었다.

그는 4월부터 팜비드 2.0 버전을 선보인다. 날씨 정보와 농산물 판매는 물론이고 채팅을 통한 영농문제 상담, 농업자재 경매까지 가능한, 이른바 농업 만물상으로 새 단장을 하는 것이다.

올 1월 풀턴 브린이 개설한 '엑스애그닷컴(http://www.XSAg.com)' 은 종자.농약.농산물의 경매 사이트로 인기가 높다.

그는 농작물의 재고관리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아 농민들의 손해가 크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농작물이 출하되기 전 인터넷 경매를 통해 도매상에게 적정 가격으로 넘길 수 있어 재고관리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농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만 1억달러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재까지 종자 경매만 4천5백만달러어치가 이뤄졌다.

모건 스탠리가 최근 2천만달러의 벤처자금을 유치했을 정도로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미국의 대형 종자회사인 마이코겐 시드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킵 펜들턴은 지난해 8월 인터넷을 이용하는 미국 농민의 22%가 인터넷으로 농업관련 물품구매를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곧바로 '디렉트애그닷컴(http://www.DirectAg.com)' 을 개설했다.

농업뉴스와 농산물 정보.날씨.가격 정보 등을 제공하는 사이트였다.

현재 고객은 5천명선.

아직 초보 단계지만 사이트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돼 그동안 두차례의 벤처자금 공모에서 1천2백만달러를 끌어들였다. 내년 매출목표는 2천5백만달러.

디렉트애그닷컴의 자체조사 결과 미국의 종자시장은 연 80억달러, 농업정보시장은 1백10억달러, 농업금융시장은 1천8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이외에도 '넷시즈, 팜즈닷컴(http://www.Netseeds, Farms.com)' , 'E마켓츠(E-markets)' , '팜 저널(Farm Journal)' , '팜소스(Farmsource)' 등이 인터넷과 농업의 접목을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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