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세상] 생선초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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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만화 가운데 '미스터 초밥왕' 이 있다.

최고의 초밥 요리사가 되려는 한 소년의 여정을 그린 이 책을 보면 초밥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스토리를 구사할 수 있는지 입이 벌어질 정도다 (현재 40권이 나왔으며 계속 출간된다).

'초밥을 만들기 좋은 쌀을 고르는 방법' , '초밥을 맛있게 짓기 위해 좋은 물을 고르는 요령' (그 쌀이 자랐던 논과 같은 속성을 지닌 물이 최고라고 한다)등 기초적인 단계부터 '와사비와 등푸른 생선의 비린 맛을 싫어하는 어린아이에게 줄 수 있는 고등어회 만들기' 등 다양한 소재로 초밥의 향연을 펼친다.

여기에 담긴 요리정보들은 모두 사실이다.

요리에 관한 일본 만화책들은 국내 전문가들이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풍부한 정보와 기발하고 설득력있는 해석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밥의 일본어가 스시.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김초밥이나 유부초밥(이나리즈시), 주먹밥 모양의 초밥(니기리즈시)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역시 생선초밥이 으뜸이다.

초밥 가운데 으뜸이 생선초밥임은 영어사전의 정의로도 짐작할 수 있다.

영어 사전에는 식초로 새콤하게 만든 밥 위에 생선회를 올린 일본 음식이라고 나와있다.

'스시' 는 한자로 壽司라고 쓰는데 일본어사전에는 '어패류를 염장하여 자연 발효시킨 것, 초밥을 주재료로 한 음식의 총칭' 이라고 적혀 있다.

뭉친 밥 위에 와사비(고추냉이)를 살짝 바르고 적당한 크기의 생선회(사시미)나 야채 등을 얹어 놓으면 완성되므로 겉보기에 지극히 단순한 요리다.

조리법이 단순한 만큼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어떻게 잘라 만드느냐가 맛의 관건이다.

초밥 재료로는 생선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등푸른 생선을 식초에 절이거나 대합 등의 조개류나 새우 등을 익혀 사용하기도 한다.

또 생선 알을 굽거나 그냥 올리기도 한다. 접시 위에 청.황.적.백.흑 등 다섯 가지 색이 어우러져 '보는 맛' 도 더한다.

본디 초밥은 오늘날 우리들이 먹는 것과는 달랐다고 한다.

어패류를 쌀이나 조 같은 전분 속에 담가 자연발효시켜 부패를 멈추게 하는 보존 저장법의 하나였다.

가자미에 조밥이나 쌀밥을 섞어 만드는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인 가자미 식해와 비슷하다. 즉 술안주나 반찬이었던 것.

일본의 조리연구가들은 초밥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된 것은 15~16세기 무렵으로 보고 있다. 볶음밥 형태에서 밥을 짓는 형태로 바뀐 것은 식초가 널리 쓰이면서부터다.

맛있는 초밥을 만드는 첫 걸음은 밥을 잘 짓는 것. 쌀알의 크기가 작고, 투명하고 윤기가 있어야 좋은 쌀이다.

다 된 밥에 혼합초를 섞어야 하기 때문에 수분이 많은 햅쌀보다는 묵은쌀이 좋다. 쌀은 1시간 전에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쏙 뺀 다음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쌀과 같은 분량의 물, 다시마 한 장을 냄비에 넣고 데우다가 끓기 직전에 다시마를 건져낸다.

이 물에 쌀을 넣어 몇 번 휘저은 다음 뚜껑을 덮고 밥을 짓는다.

가스불일 경우에는 한 번 끓어 오른 다음 강한 불에 2분, 중불 3분, 약한 불에 3분간을 둔 다음 20분쯤 뜸을 들인다.

다 된 밥은 넓은 그릇에 옮겨 담고 뜨거울 때 혼합초를 섞는다.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나무주걱을 세워서 자르듯이 섞어야 한다. 혼합초는 쌀 한 되를 기준으로 식초 5백㏄에 설탕과 소금 1백g씩 녹여 사용한다.

초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담백한 재료부터 기름진 재료 순으로 먹는 게 좋다. 색깔로 치면 흰색.붉은색.푸른색 생선 순이다.

흔히 도미.광어 등 흰살 생선부터 시작해 참치 등 붉은 생선, 학꽁치, 등푸른 생선, 조개류, 알류, 새우와 장어 등의 순으로 즐긴다.

간장은 생선 쪽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고 뭉쳐 있는 밥알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우리나라에서는 초밥엔 으레 된장국(미소시루)이 따라 나온다.

그러나 원래 초밥은 따끈한 녹차를 마셔가면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녹차는 입 안에 남은 생선 냄새를 가시게 해 다음 초밥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다. 된장국은 가급적 초밥을 다 먹은 뒤에 먹는 것이 좋다.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초밥을 젓가락 대신 손으로 먹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결례가 아니라 오히려 멋스럽게 먹는 방식이다. 손으로 먹을 때는 생선으로 밥을 싸서 먹고 옆에 마련된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이은숙 <음식전문지 월간 '쿠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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