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후보들, 각종 기발한 방법으로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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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기호×, ○○○후보' 등의 현수막과 애드벌룬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 같다. 1998년 개정된 선거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 석자를 알릴 기회가 줄어든 후보들은 그러나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자기PR에 나서 이색 선거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플래카드 공중전 대신 아이디어 지상전이 불붙은 것이다.

◇ 튀어야 산다〓서울 용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진영 후보는 옥외집회 형식의 정당연설회를 거부하고 사이버 정당연설회를 개최했다.

자신의 활약상과 이회창 총재 등 당지도부의 인터뷰가 담긴 12분짜리 영상물을 홈페이지에 띄우는 것으로 정당연설회를 끝냈다. 서울 금천의 민주당 장성민 후보측 자원봉사자들은 길거리에서 연극 '난타' 를 공연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을 '난타' 하고 새 사람이 나선다는 내용.

부산 금정의 민국당 김영백 후보는 아들 2명이 매일 지역구 내에서 20㎞를 뛰어다니는 '마라톤유세' 를 펼친다. 재산신고액 6백43억원인 한나라당 상대후보를 겨냥, 땀에 전 티셔츠에는 '돈이냐 사람이냐' 는 글귀가 적혀 있다.

고양 일산을에 나선 자민련 신동준 후보는 붓.벼루 등을 들고다니며 노인정.경로당에서 '익수익장(益壽益壯)' '평국안민(平國安民)' 등을 휘호해 주고 있다.

서울 양천을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측은 70여명의 선거운동원이 '후보자랑' 대신 하루종일 청소만 하고 다닌다. '클린' 이미지와 구(舊)정치 청소메시지를 담은 전략이다.

성남 분당갑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는 유세시작 전에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틀어 시선을 끌고 있다.

DDR(전자 댄스오락기)열풍도 새 현상. 파주의 자민련 김윤수, 수원팔달의 민주당 전수신, 서울 양천갑의 한나라당 원희룡 후보 등이 개인유세에 DDR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 군포의 한나라당 김부겸, 서울 성동의 무소속 김형곤 후보는 자전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전거타기로 1백15㎏이던 체중을 97㎏으로 뺀 김형곤 후보는 합동연설회에는 85㎏의 날씬한(?) 몸매로 올라간다는 전략.

◇ 캐릭터가 선명해야〓TV드라마 '허준' 의 인기는 선거판에서도 상종가. 광주 동구에서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이영일 전 민주당대변인은 "허준이 스승 유의태 문하의 중상모략으로 떠났지만 돌아와 신비의 의술을 완성했다" 며 제2의 허준을 자칭. 부산 사하갑의 민국당 최광 후보도 "부산경제를 살릴 기적의 의술을 가진 제2의 허준" 이라며 가세했다.

거제에 출마하는 민국당의 김한표 후보는 자신을 '거제의 돌고래' 로, 서울 성동의 민주당 임종석 후보는 신출귀몰한 전대협의장을 상징한 '성동벌의 임길동' 을 내세웠다.

최훈.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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