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프로야구 맥짚기] 2. 매직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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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화.롯데.LG에 신생팀 SK가 가세한 매직리그는 마술에 걸려 있다.

지난해 한화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한화는 시즌 막판까지 롯데.두산.삼성에 비해 전력이 뒤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투수력을 앞세워 단기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올해도 매직리그는 드림리그에 비해 전력상 열세인 팀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또 한번 '마술' 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매직리그의 강점은 관중이다.

롯데.LG가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팀들이고 신생팀 SK 역시 새내기의 패기로 붐을 일으켜 관중몰이에 나선다. 우승 갈증을 푼 한화 역시 대전구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중 동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직리그는 겨울동안 '외풍' 에 많이 시달렸다.

드림리그 삼성.현대.해태가 거의 선수협 파동에 시달리지 않은 반면, 매직리그는 송진우(한화), 양준혁.김재현.최향남(이상 LG), 마해영.박정태.문동환(이상 롯데), 강병규.최태원(이상 SK) 등 선수협 주역들이 모여 있다. 그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변수가 많다.

◇ 한화

잃어버린 47승. 정민철(18승)이 일본으로 떠났고 송진우(15승).이상목(14승)이 중반 이후에나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투수력이 약해졌다.

에이스 정민철의 공백이 크다. 신인 조규수.김장백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초반 힘겨운 레이스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송진우와 이상목이 합류하면 1백80도 달라진다. 마무리의 지존 구대성이 버티고 있는데다 타선은 그대로다.

데이비스-로마이어의 외국인선수 콤비는 2년째를 맞아 적응력이 더 좋아졌다. 결국 초반을 어떻게 버텨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느냐가 관건이다.

티켓만 따낸다면 구대성 혼자 힘으로도 해볼 만한 단기전이기 때문이다.

◇ 롯데

부상에서 회복한 손민한과 박지철의 가세로 마운드는 지난해에 비해 더욱 탄탄해졌다.

체인지업을 새로 장착한 주형광이 건재하고 박석진과 기론은 훨씬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며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한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것과 좌완 불펜투수진이 허약한 것이 '옥에 티' . 타선에서는 펠릭스 호세의 공백이 커보이지만 손인호의 방망이가 매서워졌고 새로 들어온 외국인 타자 테드 우드의 정교한 타격이 돋보인다.

김명성 감독은 줄어든 화력을 '뛰는 야구' 로 대신할 뜻을 내비쳤다.

◇ LG

겨울동안 가장 알차게 전력을 보강한 팀이다.

서용빈이 돌아왔고 최경환을 수입했다. 최고액(4억원) 신인 경헌호가 입단한 데다 양준혁도 트레이드해왔다. 외국인 선수도 모두 교체했다.

마운드의 해리거와 타석의 테이텀. 해리거는 시범경기를 통해 선발을 확실히 굳혔다.

테이텀은 주전 3루수는 틀렸고 지명타자쪽을 알아보고 있다.

초반 김용수, 중반 이후 최향남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마무리만 튼튼하다면 최소한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할 전망이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이광은 감독이 저울대에 오른다.

김재현-이병규-양준혁-서용빈의 왼손타자 라인은 공포의 대상이다.

◇ SK

쌍방울 선수들이 주축이 됐지만 외국인 선수 3명과 양도선수 7명이 합류하면서 올시즌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기덕.성영재.박정현으로 돌아가는 기존 선발진에 강병규와 권명철.김태석이 가세하면서 무게를 얹었다.

5월께 복귀하는 김원형과 고졸 신인 이승호, 영입할 외국인 투수의 활약여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국인 타자 헨슬리 뮬렌과 타이론 혼의 기량이 여전히 미심쩍어 교체를 염두에 두고있다.

이동수.심성보 등 중심타선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 시즌 중이라도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거포를 적극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쌍방울이 달고다닌 '동네북' 의 오명은 깨끗이 씻어버릴 태세다.

이태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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